난국과 위기 대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성실과 진실, 상식이다. 적당주의나 당의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노 대통령은 마음을 비워야 하며 그렇게 할 때 등을 돌린 민심도 움직일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자신을 반성하고 나라, 국민, 그리고 정부를 구하기 위해 정권을 건 선언이 돼야 할 것이다.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의 대참패의 원인은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온 데 대한 국민이 내린 중대한 심판이다. 대통령이나 여당 정치인들이 이 같은 민심의 흐름을 깨달았다면 국정을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는 반성과 변화의 의지가 제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실패의 합작품은 선거 결과다. 말로만 외쳐왔던 개혁이 요란했지 그 동안 국민들은 망가진 경제에, 그리고 대통령의 경박한 언행으로 권위와 지도력이 붕괴되는 과정을 보는 민심은 피곤했던 것이다.
분명 이번 선거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와도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는 모두 불투명하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체제 논쟁이 제기될 가능성을 언급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임에도 조직이 없기 때문에 소수에 밀리고 있으며 국론분열을 막기 위한 체제수호 노력을 강조해야 하며 국가 최고통치자가 체제수호 전선의 조직화를 호소하기에 이른 사회는 체제의 대결, 이념의 대립이 가져다줄 불안과 위기감을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구시대의 억눌렸던 요구의 분출과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전환기적 진통 속에서 다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개혁을 부르짖는 소리 가운데는 급진론도 있고 온건론도 있었다. 변혁의 시대를 대변하는 이념적 다양성도 새 방향 모색을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과격한 급진 개혁의 논리는 최고선인양 크게 증폭되는 반면 점진적 개선의 온건 논리는 보수반동으로 몰리는 가치 전도의 강요가 횡행하고 있다. 진보적 개혁의 열기가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일각에서는 의사표현 방법도 파괴적이고 독선적인 쪽을 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새로운 가치질서를 강요하는 흑백논리가 무성한 가운데 목소리 큰 쪽만 일방통행 하려 드는 새로운 민주독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참여와 개혁은 구시대 기득권의 처단이나 파괴가 아닌 인성적 조정과 상호보완적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갈등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적 소수의 지배가 독재라는 낙인 속에 지탄받듯이 목청 큰 소수의 강압적인 요구만이 일방통행 하려는 세상 역시 민주적 사회라 할 수 없다. 개혁의지와 목적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그 표현방법이 옳지 못하면 합리사회의 구성원인 대중으로부터 외면 당할 뿐 아니라 반발을 사게 마련이다.
이 시국의 일각에서 보듯 혁명적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과격한 개혁의지 표출도 소수의 의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은 이 사회가 보수온건 지향의 안정된 다수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의 혁명적 상황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 당국자, 특히 386세대의 주역들은 깊이 새겨 들어야할 것이다.
김석남 <자유기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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