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체제 아래서는 신문을 제4부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다. 입법, 행정, 사법의 정부 3부에 더해 ‘주권재민’ 사상을 실천에 옮기는데 필수불가결의 역할을 하는 것이 독립된 언론기관이라는 정치사상 때문에 그렇다. 집권당이 엄청난 부패와 권력남용을 한다든지, 또는 불필요한 전쟁으로 젊은이들의 피와 국력을 낭비한다든지, 또는 경제정책의 실패로 실업자들을 양산한다든지 하면 신문의 사실보도와 논평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 시민들이 다음 선거에서 야당에게 기회를 주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사기업이면서도 신문의 자유는 정부(의회)가 제한할 수 없다고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신문의 자유는 절대적이 아니다. 저 유명한 올리버 웬델 홈스 대법원판사가 20세기초에 지적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캄캄한 극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을 때 이유 없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를 자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중요한 변수는 시기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제1기갑 사단이 주둔지를 옮긴다는 뉴스는 평화시라면 대수롭지 않지만 전쟁 때라면 적군이 그것을 이용할 위험성이 있어 보도관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와 뉴욕타임스는 현재 한창 싸움중이다. 9.11 사변 이후 미국의 언론기관들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미국 심장부 공격으로 인한 3,000여 명의 희생자들 앞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 전쟁을 다투어 지지했었다.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의 본부로 사용되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도 열렬한 성원을 받았다. 그리고 테러분자들과의 관계 및 대량학살무기(WMD) 생산과 보유 혐의로 사담 후세인을 제거시키기 위한 이라크 침공도 처음에는 대다수 신문들의 지지를 받아 왔었다. 그러나 WMD가 이라크에서 발견되기는커녕 부시 행정부가 정보조작을 일삼았고 이라크 전쟁을 무모하게 일으켰다는 증거가 더욱더 밝혀짐에 따라 일부 신문들은 부시 정책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라크의 상태가 시아파와 수니파의 내전 상태로 매일 처참한 유혈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데다가 부시가 대 테러 전쟁 수행과정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을 거듭 어겨왔다는 것이 밝혀졌기에 그러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초비밀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관(NSA)을 시켜 외국 테러단체들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단체들과 미국시민들을 법원의 영장 없이 도청해왔다고 금년 1월에 폭로한 바 있었다. 그 신문은 6월말에 미국 정부가 역시 테러단체들이나 테러분자들 및 그 지지자들의 자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송금실태를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기 때문에 부시 정부와 지지자들에게 맹공격을 받는다.
예를 들면 하원의 국내 안보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킹 의원은 “우리는 전쟁중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가 (미국정부의) 비밀활동과 방법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반역행위다”라고 주장하면서 곤잘레스 법무장관에게 그 신문의 기자들, 편집인들 및 발행인을 조사하고 소추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부시도 정부 직원이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신문에 제보하고 신문이 그것을 보도하는 것은 미국에 큰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같은 보도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엄포를 놓았다.
칼 로브를 포함한 우파 인사들은 부시 인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판국에 뉴욕타임스와의 싸움으로 부시 지지층의 결속을 다짐하는 전략을 세운 모양이다. 그러나 리버럴, 또는 반전파들은 뉴욕타임스가 NSA의 도청상황을 1년 이상 기사화하지 않았던 것을 예로 들면서 더 깊이 파헤쳤어야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주필은 그 신문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침투에 대한 기사를 내기로 결정하기까지 몇 주 동안 행정부 관리들과 협의를 거쳐왔고 그 같은 기사가 그런 프로그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충분히 검토한 끝에 게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가.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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