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퍼 감사관이 벌여놓은 문제의 발언이란 “한국인이 친구라며 왜 미사일을 발사해” 라는 말과 “우리가 비용을 대는 ESOL 때문에 한인들은 좋겠네” 라는 것이다.
동포들은 황급히 쉐퍼의 발언을 ‘망언’이라며 규탄도 했고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사과를 받으러 간 동포 대표들에게 “Korea 앞에 North 라는 말을 뺐을 뿐인데 왜들 야단법석이냐”라면서 오히려 호통을 쳤다고 한다. 나아가 그는 한인들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서 핀잔까지 주고는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온 한 일간신문 특파원은 이 사건을 “미 교민에 불똥 튄 북한 미사일”이라는 기사를 통해 북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 특파원은 한미동맹의 현주소가 재미동포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는 상황에까지 왔다며 우리 정부의 책임인양으로 유도해갔다. 일부 동포 단체 간부들마저도 미국 지도층 일각의 대 한국 시각 변화라며 특파원의 주장에 맞장구 치고 나왔다.
아무튼 쉐퍼의 발언은 그냥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라 꼭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그의 발언은 조소와 냉대, 그리고 모욕적인 인종비하라고 집약할 수가 있다.
쉐퍼는 볼티모어 시장도 했었고 메릴랜드 지사도 했을 뿐만 아니라 재직시에는 서울을 방문하여 융숭한 대접도 받은 사람이다. 정말 그가 남과 북을 몰라서 혼돈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를 싸잡아 고차적인 방법으로 멸시의 표현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북의 미사일이요, 한미동맹의 균열이요, 미국 지도층의 대 한국 시각 변화요… 등등의 수식어로 문제의 본질을 오도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진지하게 꿰뚫어보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미동맹을 놓고 따진다면 월남전쟁에서도 그랬듯이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우리의 젊은 사나이들이 사지에서 싸우고 있지 않은가. 동맹에 금이 갔다면 미국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동맹에 구명이 생겼다고 연일 호들갑을 떠는 서울 언론들의 장단에 발맞추어 동포 단체의 간부들마저도 춤을 추는 꼴을 숭미 사대의 발상에 바탕을 두었다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긴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있는 민족, 나라를 절반으로 잘라놓고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는 민족, 통수권마저도 남의 손에 넘겨준 민족,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민족… 이런 민족의 고통과 비극, 그리고 민족의 불행을 지니고서 어떻게 민족의 자존심이 있을 수 있으며 인간대접을 기대한단 말인가.
쉐퍼 감사관의 독설에는 우리 민족이 각성 분발하라는 채찍질이 숨어있는 것 같다. 우리 민족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짐, 그것은 ‘분단’이며 우리의 모든 불행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세계 11번째의 경제대국이라 자랑하면서 제 나라를 제 힘으로 지키지 못한다는 논리는 민족을 머저리로 보는 극우 보수세력들의 사대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민족의 숙원인 분단을 허물고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되찾겠다는 양심세력은 물어뜯겠다며 이빨을 갈아대면서, 일제에 복무했던 친일 반동세력이나 차떼기 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반 통일세력에겐 어쩌면 그렇게도 너그러운 우리 나라의 보수세력.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노릇이다.
쉐퍼 감사관의 발언은 ‘망언’이 아니라 ‘진실’이었고, 우리는 여기서 어떤 형태로든 교훈을 찾아야겠다.
노흥리/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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