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많은 늙은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못마땅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스포츠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스포츠 우상화 현상이다. 소련제국이 건재하던 시절 공산권 사회학자들 중에는 자본주의가 세 가지 S(screen, sports, sex)로 민중을 마취시켜 무산대중의 혁명을 일어나지 못하게 획책한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제도는 한술 더 떠서 영화만 아니라 신문 방송 등 모든 매체를 공산당 선동선전국(Agitprop) 아래 두어 인민의 절대적 통제수단으로 삼았고 또 공산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한답시고 스포츠 선수들도 국가요원으로 대우하는 등의 모순을 보이기도 했었다.
1960년대 말인지 북한의 신금단 선수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던 일이라든지 동독의 많은 여성 육상선수들이 남성 홀몬 투입의 의혹이 있어서 1970년대 말부터인지 올림픽 선수들에게조차 스테로이드 등 체력증진제 등의 복용여부를 소변검사로 검출하는 일이 상례화 되기도 했다.
최근 투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 랜디스로부터 남성 홀몬 불법복용의 증거가 포착되었다고 해서 우승을 취소한다는 예측이 있다. 또 행크 애론의 홈런 기록을 얼마 있으면 갱신할 것이라는 배리 본즈도 스테로이드 남용 혐의를 받고 있어 기록 갱신은커녕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으로부터 불명예 퇴진의 위기를 맞게 될는지도 모른다.
한마다로 말해서 스포츠에 미친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드 스킨스가 수퍼보울의 챔피언이었던 시절 리긴스 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어떤 팬이 “리긴스는 하나님이다”라는 사인을 들고 있었던 사진이 생각난다. 미국사람들 대다수가 입법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를 기억하기보다는 ‘세 얼간이’(Three Stooges)란 TV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을 더 잘 기억한다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불 수 있듯이 자기주의 상원의원 이름들은 기억 못해도 축구선수, 또는 야구선수의 기록은 좔좔 외워댈 수 있는 게 미국의 젊은이들이다. 미국축구 시즌에는 교회 참석자들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스포츠에 미치기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니, 한국이 더 한지도 모른다. 6월 달의 월드컵을 생각해보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주 적은 미국은 제쳐놓고 유럽과 일본하고만 비교해도 한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광은 지나치다. 우선 KBS의 두 TV 방송과 MBC와 SBS의 지나친 월드컵 프로그램의 편성율을 따져볼 수 있다. 그 네 방송국은 월드컵 진행 중 전체 프로그램의 4분의 1 내지 거의 절반을 월드컵에 바쳤다는 통계가 있다.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의 공영방송 ZDF가 같은 기간 동안 월드컵에 바친 비율이 19.2%라는 것과 대조가 된다. 일본 NHK가 14.6%, 민영 후지TV가 9.3%인 것을 보면 한국 방송들이 너무 지나치게 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것이 분명해진다. 더구나 방송 3사가 한국전은 물론 16강전을 동시중계한 것은 독일을 포함한 다른 나라 방송국들이 교대로 경기를 내보낸 것으로 보아 외화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월드컵에 있어서 가장 못마땅한 것은 붉은 악마라는 한국 응원팀의 이름이다. 왜 하필이면 붉은 악마일까? 붉은색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많이 함축한다는 사실에 더해 악마라니 얼마나 기분 나쁜 이름인가. 붉은 악마 하면 부농들을 포함한 반혁명분자들을 2천만이나 죽게 만든 것으로 악명 높은 스탈린과 모택동이 생각나고, 또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서 100만 이상을 숙청해서 해골박물관들이 이곳저곳에 서있게 만든 폴 포트나 6.25 남침을 감행해서 100만 이상의 피를 흘리게 한 김일성 등이 연상된다. 아프리카 어떤 나라하고 한국팀이 경기를 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한국팀이 졌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도 붉은 악마라는 응원부대들이 날뛰는 모습이 못마땅했기 때문일 듯하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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