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가을의 냄새를 맡는다. 풋사과를 한입 베어 문 듯 상큼하고 싱그럽다.
그냥 계절이 오는 소리에, 계절이 풍기는 향내에 취해 있고 만 싶은데 세상은 우리를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바다 썩는 악취로 숨마저 쉴 수가 없더니 백두산 너머 옛 우리 선조들의 땅에서는 중국인들의 수상한 음모가 벌써 한참 무르익어 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백두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장백산 공항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 7월 10일 착공식을 가졌으며, 2018년의 동계올림픽 백두산 유치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추진할 태세이다. ‘백두산은 중국 땅’의 굳히기 프로젝트이다. 그것들의 실체는 고구려 및 발해사를 중국의 지방정권사로 둔갑시켜 자기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음모일 것이다.
진행되고 있는 백두산 중국 땅 음모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강 이러 하다.
세계유산 신청계획 등으로 촉발된 갈등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백두산 중국 땅’으로 해외에 인식시키기 위한 계획이며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중국은 이미 1980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MAB)으로 지정 받았고, 86년에는 중국의 국무원이 백두산을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 관리 해왔다.
중국의 지린(吉林)성은 2005년 8월 16일 백두산보호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옌벤(延邊) 조선족 자치주가 맡고 있던 백두산 감독관리를 위 위원회로 이관 시켰다.
또 북한 국경과 불과 36km 떨어진 푸쑹(撫松)현에 장백산 공항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 7월 10일 착공식을 갖는 등 백두산 일대의 교통망 확충에 대대적인 투자를 선행하고 있다. 백두산 동부 철도가 현재 건설 중에 있으며 3개의 백두산 행 고속도로도 연내 착공되고 백두산 순환도로도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계획이라 한다.
중국은 오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를 목표로 백두산의 세계 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키로 하면서 국가지질공원으로 등록된 것을 기초로 하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도 내기로 하였다.
중국은 ‘장백산 인삼’의 품질증명 상표를 등록시키고 우리의 고려인삼에 버금가는 브랜드를 육성한다고 한다. 이밖에 중국광업협회 광천수전문위원회의 ‘중국 백두산 광천성’이 설립되어 이미 판매를 시작했고 와하하, 농부산천 등 기업들도 공장건설을 시작했다.
이들의 백두산 공정은 곧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은 백두산은 중국 땅이라는 땅 뺏기 음모를 넘어 예맥족(濊貊族)도 중국민족이다, 고구려에 이어 부여마저도 중국이었다고 우리의 조상까지를 왜곡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7월 중국 선양(瀋陽) 라오닝(遼寧)성 박물관에서는 요하문명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요하 문명이 세계문명발상지임을 알리면서 만리장성 밖 요서와 요동까지를 아우르는 문명국으로서의 포석을 놓고 있는 것이다. 전시의 세 번째 테마가 화하통일(華夏統一)이라는데 내용인데 중국이 요하문명을 통일했으며 이는 중국인보다 앞선 우리민족의 구석기, 신석기 문화는 물론 기원전 3세기로부터 서기 5세기에 이르는 부여, 그리고 고구려를 중국에 속한 문화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내몽골, 요하 유역의 각 유적과 이 일대 평원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요령식 동검 등은 알타이어계 요하 문명권이었으며 우리는 이 요하 문명의 바탕 위에서 중국문명을 접목하며 역사를 형성해 왔고 다른 여러 타민족의 영웅호걸들이 등장하여 여러 제국을 세우기도 했으나 결국 중국에 흡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는 한 때 요하 문명의 제패자(制覇者)로서 비록 신라와 당나라 협공에 멸망하기까지에 이르렀으나 그 정신과 예술은 지금까지 맥맥히 살아남아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해 오고 있다.
한 발인 듯 백보를 내딛으며 위의 계획 하나 하나를 진행하고 그리고 거기에서 2018년의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될 것을 예상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싱그러운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냄새,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슬퍼지는 이유는 이 심각한 고민 앞에서 그 고민의 내면을 인식하려들지 않는데 있다.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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