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LA 지역에 들렀을 때 새로 개발된 주택 단지에 갔었습니다. 뜻밖에도 분위기가 서부보다는 동부 느낌이 들도록 개발이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개발업자가 동부의 분위기를 강조해서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동부의 분위기를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주택지 한 복판에 작지 않은 공원을 만들어 둔 것이었습니다.미국 동부, 그 중에서도 워싱턴 지역은 정말 주택지 근처에 공원들이 많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또는 몇 분 만에 갈수 있는 소위 근린공원들이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습니다.저희 집 근처에도 아담한 공원이 있습니다. 주말이면 적지 않은 주민들이 나와서 애용합니다. 놀고 즐기기 위한 특별한 시설이 없는 공원이지만 주민들은 공원을 이용하는 전문가인 것처럼 다양하게 공원을 활용합니다.헤드폰을 꽂고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부부, 그 옆에 유모차를 밀면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사람,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 하는 사람, 젊은 연인 둘이 얼굴을 보며 나란히 누워 장난질 하는 모습, 한쪽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자연 그대로 거칠게 남겨둔 개울 곁에 걸터앉아서 송사리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넓은 잔디밭에서 프리스비를 던지고 노는 아빠와 아이들, 미식 축구공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던지면서 즐기는 사람들, 멀리 한 구석에서는 작은 붐 박스 하나 켜 놓고 춤추며 즐기는 젊은이들, 피크닉 테이블에는 붉은 체크무늬 피크닉 상보를 펼쳐 놓고 제대로 준비된 피크닉 판을 벌리는 가족들, 바비큐 틀에 고기를 굽고 있는 가족들, 산책로를 따라 세워진 동식물 안내판을 유심히 읽어보면서 새를 찾고 다람쥐를 찾는 사람들.놀이 공원처럼 놀 것이 마련되지 않아도, 스포츠클럽처럼 체력 단련 기구가 마련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무의 거친 등줄기와 잔디와 무성한 초록의 잎으로 덮인 공원을 찾아 즐깁니다. 마음의 창문이라고 불리는 눈동자에 초록이 가득 차게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마음과 영혼의 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어린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인생의 새 힘을 얻고 신선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꾸 덤벼드는 풀벌레들을 쫓으면서도 에어컨디션으로 무장된 깔끔한 실내 공간이 빼앗아 갔던 신선한 공기를 다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교회는 근린공원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신앙이 깊고 열심이 있는 분들은 교회를 하나님의 전으로 여기기도 하고, 예배드리는 예배 처소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헌신하여 열심을 다하는 신자들은 교회를 섬김과 헌신의 현장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회를 잘 모르는 분들, 교회를 가보지 못한 분들, 교회를 다니더라도 아직 깊은 신앙과 뜨거운 헌신을 이루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교회는 공원과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온 가족이 공원에 함께 나와 한 주간 동안 잊고 지냈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안식을 주는 초록에 잠기고, 잔잔한 즐거움을 안겨 주는 작은 몸짓들을 다시 발견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주고, 편안하고 푸근한 내적인 스킨십을 누리고, 영혼의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서 늘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장세규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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