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서옥자/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회장
지난 9월 13일 연방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종군 위안부 동원에 관한 결의안을 상정, 민주 공화 양당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언론 보도가 나가자 서울, 미국, 세계 곳곳에서 축하, 격려, 감사의 전화와 이메일이 몰려들었다. 물론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여러 곳에서 묵묵히 희생하며 수고하는 분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결의안 채택에는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펜실베니아) 의원이 민주당의 레인 에반스(일리노이) 의원과 함께 합세한 배경이 있었다.
지난 2월 17일 워싱턴 정대위는 서울의 정대협과 세계적 여성 인권옹호가인 이브 엔슬러가 창설한 V. Day와 함께 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에서는 곱상하신 이용수 할머니와 김옥선 할머니가 바로 전날 이곳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는 할머니의 연세가 고령(80세 이상)이라 태평양 횡단 등의 긴 미국여행은 무척이나 힘들게 되었다. 지난 수년간 나는 미국의 큰 대학에서 종군위안부에 관한 세미나 및 포럼, 사진 전시회를 함께 개최해 왔었다. 그런데 번번이 벌이지는 일은 초청된 할머니들의 명단이 마지막 순간에 바뀌어버리는 것이었다. 할머니들이 서울에서 출국 전날 코피를 과다하게 쏟으신다든지, 몸이 아파 부득불 못 떠나시게 되니 서울 측에서는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다른 할머니로 마지막 비상 대체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곳 미국의 주최측 학생들은 웹사이트 및 사진, 홍보물들을 다시 고치느라 밤을 새워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했다.
지난 2월에 오신 두 할머니들, 특별히 할머니라 부르기에 아직은 너무도 예쁘고 곱상하신 이용수 할머니는 서울서 출국 바로 전에 종군위안부 일로 뉴질랜드에서 귀국, 아직 여독도 풀리지 않은 채, 게다가 감기 몸살까지 앓고 참으로 힘들게 이곳에 오셨다. 시차에 몸도 편찮으신데 2월 17일 미 국회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심혈을 기울여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눈물로 호소해 온 청중의 마음을 적시었다. 바로 그 자리에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동참해 그 눈물의 가슴을 함께 품어 안게된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오늘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양당의 채택으로 만장일치로 가결되기에 이르렀다.
또 그날 기자회견 때 주 연설자인 레인 에반스 의원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바로 이틀 전 응급차에 실려 미 육군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나는 할머니들 공항 마중나가랴, 돌봐드리랴, 기자회견 준비하랴 병원 문턱에도 갈 수 없었다. 병상에서 외롭게 뒹굴고 있을 에반스 의원, 그래도 기자회견을 이끌어가야 하는 나의 마음은 무거웠고 한 구석이 비어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 외로운 투쟁을 해야되는가?”
그러나 되돌아보니 이 많은 분들의 수고와 눈물이 쌓였기에 오늘의 이 기쁜 소식이 있음에 감사드린다.
이용수 할머니, 에반스 의원에게 전해달라고 정성껏 써주신 편지 잘 전해드렸습니다. 에반스 의원께서 마음 찡한 듯,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을 감사히 받으셨답니다. 그리고 많은 할머니들, 감사해요. 힘내세요. 사랑해요. 우리가 있잖아요.
서옥자/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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