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생을 ‘희로애락’, ‘오욕칠정’ 등이 얽혀서 돌아가는 ‘생로병사’로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억지로 분석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렇지 인생은 사실 ‘새옹지마’ 처럼 잃는 것 다음엔 얻는 것이 생기고, 얻는 것 다음엔 다시 잃는 것이 생기면서 흘러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기 인생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기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치면 겨울 다음엔 따뜻한 봄이 오기 마련이라는 체념적 희망을 갖기도 하고, 눈앞이 캄캄할 때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아니면 ‘진인사대천명’ 하면서 갑자기 믿지 않던 하느님을 찾기도 한다.
사실 사람들은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매일 다가가면서도 죽음은 자기에게 결코 일어나지 않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거나, 아니면 애써 피하려하는 것 같다.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누구든 죽으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차가운 땅 속에 묻혀 한 줌 흙, 좋게 말해 자연의 품 속, 즉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내 생각에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죽고 썩고 잊혀지거나, 만날 때가 있으면 반드시 헤어질 때가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최대한 오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죽지 못하고 이 세상이 스스로도 감당 못하는 병든 노인들로 가득 찬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우리가 땅 속에서도 썩어지지 않는다면 너무나도 흉측하지 않을까.
과거는 과거대로 너무나 소중하여 함부로 버리거나 털어 버릴 수 없는 것이지만 미래는 미래대로 하루하루 정말 소중하다. 또 우리가 그래도 서로 좋은 감정일 때 사별이든 생별이든 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이 며칠 지난 썩은 생선처럼 인간관계가 너무 피곤하고 냄새가 나지 않을까.
결국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좋다고 너무 좋아할 일도, 슬프다고 너무 슬퍼할 일도 아니며, 좋은 일과 궂은 일이 번갈아 인과응보, 액션 투 리액션의 법칙이 되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많은 모순 속에 굴러가는 것 같아도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섭리이며 자연계의 질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겪게되는 별의별 슬픔과 고통, 고민, 심지어 죽음까지도 별 게 아닌 우리 인생을 다채롭게, 실감나게 해주는 중요한 일부임을 간파하게 된다.
그렇다면 죽음도 우리는 좀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수없이 죽음을 직접 보고 체험한 사람은 결코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교만해질 수 없으며, 인생의 일분 일초도 허비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병원에 검진 받으러 갔더니 어떤 이의 책상 앞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어제는 흘러간 역사, 내일은 아무도 모르는 미스터리, 오늘은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기적 속에 살고 있지 않을까.
미주 한인들은 대부분 기독교적 하느님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하느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계시다고 생각하고 하느님을 항상 의식하며 매사 기도하는 자세로 지난날을 반성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과, 그 반대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는 어느 쪽이 더 축복 받는 인생이 될까.
이왕 우리 모두 죽을 목숨이라면 피하지 말고, 죽어서 묻힐 묘자리도 마련해놓고, 사랑스런 자식들을 위해 작은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고 닥쳐올 죽음을 피하지 말고 담담하게 맞이하자. 준비해놓고 기다리면 애써 죽음을 피하려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게 인생의 상례가 아닐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 자체가 하나의 큰 교회이며 절이고, 인생 자체가 하나의 성경이고 불경이 아니겠는가.
임기명 <엘리컷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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