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생각하며
▶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생물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NIH(미 보건국)에서 일하는 미국 친구 하나는 요새 모든 것을 어찌 잘 잊어버리는지, 때로는 그런 것들이 건망증의 초기 증상인가, 아니면 자기도 결국 늙어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나보다 3살이나 아래인 그녀가 그러면 나는 어쩌라고. 그래서 나는 “로라야, 말도 말아라. 나는 어떤 때는 2층에 급히 올라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가만 있자, 내가 여기 왜 올라왔지’ 한단다”하고 얘기했다. 그때 그녀 특유의 유머가 나왔다. “나는 2층에 뛰어 올라가서 내가 2층에 올라온 것을 그 사이 벌써 잊어버리고 하늘을 보면서 가만 있자, 내가 2층에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집에 확실히 2층이 있었는데 어리도 갔지? 하고 찾는다” 했다. 그녀는 이렇게 해서 사람들을 웃기고 만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지난번 한국 비디오에 옛날 자기를 돌봐주시던 신부님을 찾는 한 아가씨에게 새로 오신 신부님은 옛날 그 신부님은 다른 동네 교회로 옮겨가셨다고 한다. 그곳이 어딘가 묻는 아가씨에게 신부님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신다. 이렇게 어려운 말, 충격적인 말을 전하는데 신부님은 작은 유머로써 다른 이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다.
한국에서 듣기 불편한 말들을 약간의 유머를 가미해서 화려한 백수라고 ‘화백’, 토플시험 보다가 폐인 됐다고 ‘토폐인’, 20대의 태반이 백수라고 ‘이태백’, 31세에 취업 절망이라고 ‘삼일절’ 이라 만들어 다른 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한 배려가 나타난다.
실제 컴퓨터의 고도 발전으로 뇌세포의 사진을 찍어보면 화가 나있거나 슬플 때는 하얀 섬유질의 물질이 면역세포를 덮기 시작하다가, 행복해하고 웃으니까 그 섬유질은 서서히 걷혀 없어지는 것을 알았다. 심리학적으로 뇌의 활성화는 온 몸에 전달되는 오묘한 화학적, 물리적 관계로서 아무도 완전하게 원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몸은 마음을 따라가서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날아갈 것 같고 알 수 없는 곳에서 힘이 솟구친다는 것이다.
힘든 이민 초기에 주먹을 아무 때나 쥐는 버릇이 있던 사람이 가까이에 유머가 넉넉한 친구와 그의 긍정적 삶의 생각들이 이를 고치게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나를 키운 것은 유머이고 내 최고 능력은 조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이는 유머를 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창조성도 키운다는 얘기 같다.
오래 동안 전해온 우리의 유교 사상은 점잔, 엄숙, 체면을 중요시했으나 거기에 가끔은 양념처럼 유머가 더해진다면 맛있고 멋있는 생활이 되리라. 그리고 돈이 안 드는 유머의 재산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생활의 스트레스는 쉽게 풀리고 계속 퍼져 가는 웃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아름답고 여유있게 만들어갈 것이다.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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