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0 돌 한글날이 왔다. 여느 해나 다름없는 한글날이다. 우리 영특하신 세종대왕께서 집현전 여러 학자들과 한글을 창제하셔서 3년 동안 연구를 거듭한 뒤 1446년에 온 누리에 반포하신 그 날을 기리는 한글날임에는 조금도 다를 바 없지만, 유독 오늘의 한글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른 까닭은 정부에서 1991년부터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것과 국권 수호와 독립 쟁취에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국경일에서 제외시키고 ‘발명의 날’ ‘물의 날’ 등과 같은 기념일로 만들어 왔었는데 다행히 올해부터 국경일로 환원시켰기 때문이다. 한글날이 어째서 독립 쟁취나 국권 수호와 무관하다는 말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를 이끌어 오던 이윤재, 최현배 선생님들께서 목숨을 걸고 여러 번의 옥고를 치르면서 한글을 수호했던 학문적 노력 등이 어찌 독립 쟁취와 국권 수호와 무관하다는 말인가? 그 동안 비록 국경일에서는 제외되었더라고 미국 교포 사회만이라도 3·1절처럼 조촐한 기념식이라도 갖고, 훈민정음 서문이라도 한번 읽어보는 날이었으며 하고 간절히 바라던 그 염원이 올해부터 이루어졌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회 또한 남다른 것일 게다.
이 경사스러운 날에 훈민정음 서문에 나타난 것처럼 세종대왕의 나라 사랑, 겨레 사랑, 독창성, 실용 정신 등을 꿰뚫어 복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음미할 필요가 있겠다. 흔히들 우리 한글을 가리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으뜸가는 글이요 독창적인 글이며 과학적인 글이라고 말하면서도 무엇이 왜 그러한지를 쓴 글은 그다지 신문 지상을 통해 보지 못했기에 이에 대해 잠깐 더듬어 보기로 하자. 오늘날 쓰이는 한글은 자음 14자와 모음 10자이다. 우선 자음을 크게 5음으로 나누고 그 대표 글자를 그 발음되는 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고 같은 계열의 나머지 자음은 대표글자에다 한 획 또는 한 점을 보태서 만들었으니 참으로 놀랄 만한 창의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다음으로 모음의 제자 원리는 어떠한가? 모음의 글자 모양은 동양 철학의 근본인 삼재(三才) 즉 천(天), 지(地), 인(人)의 모양을 본따 ‘천’은 하늘 모양을 본떠서 ‘·’로, ‘지’는 땅 모양을 본떠서 ‘-’로, ‘인’은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의 ‘ㅣ’로 만들고, 나머지 모음은 이 기본 글자를 서로 교묘히 어울러서 만들었으니 어느 누가 비과학적이요 모방한 글자라고 말하겠는가?
그럼 이웃나라 일본은 어떠한가? ‘가나’라고 불리는 51음이 있는데 이 글자들은 하나같이 한문을 빌려서 일본말로 그 소리가 나는 한자의 한 부분을 따다가 자기네 글자로 삼았다. 또한 글자가 51 밖에 없어서 ‘어’ 발음도 적을 수 없고 낼 수도 없기에 영어를 익히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단모음 단자음에다 복모음 복자음 등이 있고 받침이라는 게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에 나타났듯이 어느 새 어느 짐승 우는 소리도 적지 못할 글자가 없으리 만큼 글자가 많고 게다가 형용사 부사 등에 음색이나 어감 등에 따라 어휘가 풍부하다.
과연 ‘한글’이라는 이름에 내포된 것처럼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위대한 글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한글’이라는 보배로운 글자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매일 매일 자나깨나 언어 생활 문자 생활을 통해서 한글 정화와 고운말 바른말 쓰기에 우리 온 국민이 전념해야 하겠다.
대한민국 한글 만세! 세종대왕 만만세!
<이석영,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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