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삶
▶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한때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존 글렌이라는 우주인이 있다. 그는 현재 84세의 할아버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를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날마다 실험정신에 불타는 청년이다.
그가 77세에 우주행에 도전했다. 77세 나이에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본 것이다. 물론 그는 성공했다. 지구에 무사히 귀환한 그의 첫 멘트는 다음과 같다.
달력의 나이는 집어치워라! 내 나이는 내가 만든다!
얼마나 파랗고 싱싱한가? 얼마나 자신만만하고 멋진가? 우리라고 존 글렌처럼 살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도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멋진 삶을 꿈 꾸어보자. 젊음은 빛나지만 늙음은 고귀한 것. 이렇게 말한 빅토르 위고의 말도 우리는 자주 음미해야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 인생의 가을 나이 60대로 들어서게 되면 흔히들 구겨진 은박지처럼 초라해 진다고 한다. 인생이 한편의 영화라면 겨우 나이 60에 아니 벌써 끝 자막이 보여서야.
인생은 60부터가 시작이란다. 멋진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선 우린 건강을 챙기며 지켜야한다. 건강함을 가지고 산다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언젠가 나와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암투병중에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그녀가 말하길 사람들은 암환자라면 이미 생명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희미한 눈에 바싹 마른 몸으로 조용히 누워있는 사람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가능한 한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병을 이기겠다는 희망과 의지로 빛나는 눈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암 투병을 하며 입원실에 하루만 누워있어도 부자나 가난한자나 대학교교수나 국회의원이나 결국 생명이라는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 마치 풍랑 속에서 한 배를 탄 사람들처럼 결연한 동지의식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화제는 이전에 관심을 뒀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었는지 누가 어떤 자리로 승진했는지, 정치권의 아무개는 왜 그런지, 누구 자식이 어느 대학에 갔는지 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들로 세상이 다시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살고자 몸부림치는 생명 앞에서 돈, 권력, 명예는 초라하고 무력한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고마움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생명의 고마움, 소중함, 위대함, 감격스러움을 자주 잊고 산다.
잘 먹고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지, 자기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위대한 일이며, 자기 두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것인지 잊고 살기 일쑤다. 결국 살아 있음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요 감격이요, 황홀이요, 축복이다.
나이 들어감에 연연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삶, 생명의 고마움과 축복 속에서 더 많이 느끼고 보듬고 감격하고 사랑하며 베푸는 삶의 기쁨을 마냥 누리며 열심히 살고 싶다.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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