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마이클은 새벽같이 깼다. 엊저녁 선잠이 들어서 밤새 자는 둥 마는 둥 아침까지 뒤치락거렸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밤새도록 언성을 높이고 다툼을 하는 바람에 이불을 쓰고 누워 있다 깜빡 잠들었다가 다시 부모님의 고함소리에 또 깨어버린 것이다. 밤마다 이런 소동을 치르면서 마이클은 부모님이 미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혹 자기가 부모님 같이 될 지 모른다는 걱정이 은근히 마음을 압박해왔다.
부모님이 가게로 출근한 한참 후에야 마이클은 학교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어머님이 식탁 위에 놓아둔 점심값을 주머니 속에서 세어 보았다. 이제 며칠만 더 모으면 갖고 싶은 강아지 한 마리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작은 희망이 생겼다.
첫째 사회시간에도 온통 강아지 생각뿐이었다. 올리버 선생님이 “마이클, 오늘 토픽 뉴스는 무엇이에요?”라고 물었을 때 마이클은 당황했다. 올리버 선생님은 마이클이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몇 주일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영특한 그의 눈동자가 요즘은 흐려져 있거나, 근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온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을 공격하려고 한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이클은 몇 주 동안 으레 구석에 앉아 창 밖을 내다 봤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왜 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일 다투시는 걸까? 나는 어쩌란 말일까? 내가 집을 나가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나를 데려다 키워 준다면?
휠이 어깨를 뒤에서 쳤다. “마이클, 너의 부모님 나라가 우리나라를 쳐? 국물없지! 너도 김씨지, 김일성이 너의 삼촌 아니니?” 마이클은 억지 웃음을 짓고, “야, 휠, 우리가 이라크를 치니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본때를 보여야 않겠니?” 휠은 다시 한번 마이클의 어깨를 치고 “마이클, 너는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하며 그의 트레이를 마이클 앞에 놓았다. 점심이 2인분도 더 될 것 같이 수북했다. “야, 마이클, 먹어. 나도 김정일처럼 다른 아이 것 빼앗어 왔어.”
마이클은 잔디에 물을 뿜고 있는 넓은 정원을 지나며, 자기 집 같지 않다는 생소한 기분이 들며 차고 문을 열었다. 한쪽에는 낯익은 아버지의 여행가방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집을 나가신다 라고 마이클은 소리내어 투덜댔다. 마이클은 책가방을 열었다. 올리버 선생님이 마이클에 쓴 편지가 눈에 와 닿았다. 학교 버스에 오르기 전에 선생님이 건네준 편지였다. “마이클, 나는 얼른 네가 요즘 근심하고 있는 일을 알 길이 없지만 내가 너의 나이만 한 때 똑같은 근심의 나날을 보냈지. 어머니가 아버지와 싸우시고 집을 나가셨어. 그리고 영영 가버리셨어. 나는 처음에 내가 그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죽고싶은 생각까지 했지. 어느 날 나는 우연히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았지. 어찌나 맑고 청명한지. 혹
저 별처럼 언제나 반짝일 수 있을까. 그 후로는 나는 저 별처럼 빛나고 밝은 별이 되고 싶었지. 그래서 나는 오늘날까지 그 별을 껴안고 살지. 근심대신.”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문가에는 뜻밖에도 휠의 어머니가 어여쁜 강아지를 들고 서 계셨다. 어머니는 환한 얼굴로 “휠에게서 들었다. 네가 그렇게도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해서 새로 태어난 세 마리 중 가장 똑똑한 놈으로 골라서 좋은 주인이 될 너에 가져왔다.” 골든 리트리버였다. 마이클은 기뻤다. 멀리 나무 숲 사이로 초저녁에 떠오른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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