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주간 서울을 다녀왔다. 22년 전 서울에서 뉴욕까지 오는 데만 18시간 소요되었다. 이제 비행기 성능도 좋아져 덜레스 출발, 인천공항에 14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지구는 계속 좁아진다. 그러나 서울의 공기는 이곳 세계의 수도 워싱턴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 5월에 서울 나갔다. 초여름, 중국 황사, 공장의 아황산가스, 자동차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서울 도착 이틀이 지나니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 후텁지근한 기온, 습도가 많아 밖에 나가면 금방 끈적끈적한 온 몸의 느낌은 모두를 짜증나게 했다. 과거 18년을 살았는데 그 때는 젊어서였던지 잘 적응했던가. 모든 것이 세월이요, 나이 탓이구나 느꼈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지금은 “인간은 환경적 동물이다”고 표현해야 맞을까. 내가 18년 동안 살았던 뚝섬은 60년대 “마누라는 없어도 장화는 있어야 한다”는 여름동안 물동네였다. 한강 수위보다 지면이 낮으니 비만 오면 물밭이었다. 5월 길가의 하수도 구명에서 풍겨 나오는 오염 냄새는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오염물을 정화치 않고 바로 하수 파이프로 흘려보내기 때문일 거다. 이제는 10월이니 좀 낫겠지 했는데 별 차이를 내 코는 느끼지 못했다. 당장 클로락스 한 병을 하수구 맨홀에 조금씩 부으면 냄새가 덜 날텐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한강물 얘기 해보자. 누나 집에서 뚝섬유원지 부근으로 나오면 한강 시민공원이 있다. 한강변으로 여러 길이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 롤러스케이트 타는 젊은이,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혈당이 약간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뛰러 나갔다. 첫날 걷다, 뛰다 잠실대교까지 갔다 왔다. 어둠을 깨우며 몇 년만에 운동하니 옛 생각들이 떠올랐다. 다리 밑에서 군에서 했던 도수체조도 하고, 발성연습도 해보았다.
먼동이 트니 강 건너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올림픽 준비로 한강변 양쪽이 시멘트로 축조되어 시민공원이 여럿 생겼다.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내려갔다. 멀리 강원도 내가 군대생활 했던 곳에서 내려온 반가운 물들인데 내려오면서 인간이 내려보낸 오염물로 변질한 것이다. 정화시키지 못하는 한국의 수질관리 때문이라 느꼈다.
서울의 언론들은 대한민국이 경제규모 세계 11위라고 자랑하고 있었다. 집 대문 옆에 얇은 비닐봉지에서 풍겨 나오는 각종 쓰레기 냄새, 미국의 큰 쓰레기통에 넣어 놓는 것과는. “역시 땅이 좁아서다” 느꼈다.
낮 기온이 더우니 밤에 모기들이 많이 보였다. 방역 소독차가 약 뿌려주는 것은 2주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다. 환경도시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장의 임기 시작 후 4개월 째다. 한국의 가을 날씨는 어느 나라보다 길고 산천이 아름답다고 한다.
지하철이 9호선까지 있어 돌아다니기엔 편리했다. 40살이 넘으면 명퇴니,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웠다. 그래도 시민공원에 나와 에어로빅 체조를 함께 하며 희망을 가지려는 시민들을 볼 때 마음 든든했다.
오랜만에 동물들과 담소하며, 지나온 추억을 얘기하며, 산골에서 골프 치며 찍은 사진을 보니 조국은 아름답고 어머니 젖가슴같이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정상대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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