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가을은 어느 누구에게나 가을의 풍요 때문에 즐거움을 보태 준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우수(憂愁)를 느끼기도 한다. 가을은 색깔의 성숙함과 자연의 원숙함을 보여주는 노련함이 있다. 그러기에 가을은 겉으로는 쓸쓸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여유와 행복을 담고 있다. 단풍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단지 여러 색이 보여주는 화려함만이 아니라 그 색이 담고 있는 충만함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다가가도 부족함 없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자연의 풍성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는 가을이 좋은 이유는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가을이 주는 위로와 사랑과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 이민자들은 왜 그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머물게 된다. 지나간 몇 년 전의 일을 기억하며 그때는 참 좋았는데 라고 회상하면서 다가올 우리 인생의 날들을 헤아려 보게 된다. 말 설고 물 설은 땅에 와서 정착하는 동안에 마음고생, 몸 고생 하면서도 꾹 참고 지나 온 것은 자신을 위한 것도 있지만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배고픈 서러움이 제일이라고 하지만 미국 땅에서는 말 못하는 서러움이 제일 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민 생활의 어려움은 먼저 말이 어려운 것이다. 말의 자유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말이 자유로울 때는 모른다. 그러나 할 말은 있는데 입술이 열리지 않을 때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영어를 잘 할 줄 알면 마음에 있는 것을 다 말하여 나의 생각과 뜻과 지혜를 전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 답답하기 그지없게 된다. 그래서 몸으로 일하는 직업을 택하게 된다.
가끔씩 신문을 보면 어려운 일을 당하는 이민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민서류가 잘 되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나고, 재판을 해야 하고, 때로는 가게에서 강도를 만나 병원에 입원하는 한인들의 일상적인 현실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왕 미국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 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의 행복은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삶이 보다 더 자유롭고, 안전하고, 몸에 잘 맞는 옷처럼 그렇게 살아갔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 본다.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 라고 하는 동네로 가다가 그만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되었다. 그 길에 제사장과 레위 라고 하는 소위 신앙인이요,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을 말하고, 진리를 말하는 선생들이었다. 그런데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갔다. 자기도 강도를 만날 까 무서워서 그랬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어서는 귀찮고,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 싫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강도 만난 사람은 아파서 죽게 된 지경에서 신음을 하면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나름대로 최고로 큰 소리로 부르짖었을 것이다.“거기 누구 없소?”
성경은 말씀한다. “그러므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 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좇으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브리서12:12-14)
가을 바람에 굴러다니는 낙엽처럼 이리 저리 마음 흔들리며 상처를 입는 사람들의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을 바람에 소리내는 나뭇가지의 노래같이 마음속에서 세상의 거친 바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영혼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누구의 말처럼 마음 맞는 벗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물없이 흉금을 털어놓는 가을의 잔치를 만들고 싶다. 바라보기만 해도 서로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간직하고 싶다. “거기 누구 없소?”라고 하는 소리에 모두가 다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그런 이웃들이 되고 싶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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