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2년 전에 갔을 때는 퍽이나 오랜만이서 그러한지 한국이 마치 외국같이 느껴졌다. 많은 고층빌딩과 복잡한 교통망이 너무나 낯설어 이곳이 내가 태어나고 그리고 작장생활을 한 한국인가, 할 정도로 이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겨우 친구의 차를 타고 강원도 속초와 인근의 설악산을 구경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져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도 하고,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따라 남원의 춘향이 공원으로, 경남 하동의 박경리 씨의 소설, 토지의 마을로 돌아다닐 수가 있었고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까지 다녀올 수가 있었다. 게다가 KTX 고속열차를 타고 대구를 다녀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곳을 다니면서도 하나도 교통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고 오히려 미국보다도 더 편리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서울의 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 유람선을 타고 잠실 선척장까지 가는 양 옆에는 30층, 50층 빌딩들로 숲을 이루고 있어서 내가 마치 뉴욕의 맨하탄에서 페리를 타고 맨하탄 섬을 한 바퀴 도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도로는 차량의 홍수로 달리는 시간보다 멈추는 시간이 더 길었다. 서울의 지하철은 내가 다녀 본 세계 어느 도시의 것보다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가보면 물건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고, 문을 열고 집을 나가면 사방이 식당으로 둘려 싸여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다. 참으로 잘 사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고 그리고 행복하게 보이지를 않는다. 내 눈의 초점이 흐려서일까. 택시를 3번 탔는데 택시운전기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금만 거들면 폭발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테헤란로 선상에 있는 선능 지하철역 앞에서 아침, 저녁으로 밀려오는 인파를 보고 있노라면 부러움에 앞서 젊은 남녀들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사람들에 시달릴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강남의 도곡동의 어느 은행에 들려 환전을 하면서 여직원에게 한마디 거들었다. 한국이 너무 잘 삽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말은 강남지역만 잘 살지요. 제주도 여행시 관광가이드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제주도의 땅 70%는 서울사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계층간 소득 통계를 보면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의 7.7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상위 20%도 그 중의 1%의 소득이 너무 높기 때문이지 전체 20%의 소득이 7.7배에 달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의 균등분배를 외치면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서투른 정치로 오히려 부의 분배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래서 월 250만원의 소득자는 평생을 모아도 집을 장만할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해답이다. 이에 반하여 특권층은 하루밤을 지새고 나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스노볼이 되어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있다. 부동산과 증권투자는 많은 사람들을 불로소득자로 만들고 있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그 방향으로 유혹을 하고 있다. 이는 노동의 무가치성을 초래하고 노동임금의 상승을 초래하여 많은 제조업체들을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로 이동케 하였다. 게다가 국내 실업율을 높이고 그리고 20만 명이란 동남아 노동자를 한국으로 유입시키는 현상을 초래하여 커다란 사회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독일, 불란서 및 영국을 보면
외국노동자 유입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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