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어린이들에게 대단한 흥미를 주는 영화로 수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있다. 둘 다 평상시에는 똑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위기가 닥쳐오면 말할 수 없는 힘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수퍼맨과 스파이더맨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수퍼맨은 수퍼맨으로 옷을 입기 전의 모습도 역시 수퍼맨다운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렇지 못하다.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라는 청년은 너무나 나약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얼굴도 누구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그런 매력도 없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제인에게도 뜨거운 사랑의 고백마저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약한 청년이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은 자기 어머니를 향하여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되었지만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볼 때 약한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로 본다 하더라도 얼마나 쓸모없을 정도로 나약하고 구차한지 모른다. 그러기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가 아니라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당신, 바로 나!??라고 해도 모자란 표현이 아니다.
옛날 마케도니아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대왕은 비록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당대에 가장 능력 있고 힘 있는 제왕이었다. 이런 강한 왕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 보였지만 그는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어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는 왕이었다. 알렉산더의 어머니가 이방인이었기에 자신도 이방 여인을 아내로 삼았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갈등 속에 살았던 나약한 사람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강한 것 같지만 약한 것이 인간일 뿐 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이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사상, 곧 세상을 뛰어넘은 초자아의 세계를 주장했다. 근심, 걱정, 그리고 소유에 대한 염려, 이루지 못한 자기 자신을 뛰어 넘어야 하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지은 ‘나의 누이와 나’라는 책에서 그는 가장 나약한 인간의 모습, 결국 자기 자신은 완성될 수 없는 철저한 절망의 상태임을 고백한다.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결코 절망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약함이 있다 할지라도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달을 정복한다든지, 하늘의 비행기를 만든다든지, 그리고 바다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는 일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함이라??(고린도후서9:12)
성경의 인물로서 사도 바울은 육체적으로 나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약함으로 인해서 결코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신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낮아 질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힘을 얻을 때에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이고, 설령 그것을 이루었다고 만족하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을 향해 달려갈 뿐이라고 고백하였다.
사람, 곧 나는 연약하다. 그러나 그 연약 때문에 나 자신은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하나님을 통해 어떤 일을 이루어 갈 때 그 일은 오래가고 교훈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이 강한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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