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한 햇볕정책이 잘못되어 한국에 안보위기가 닥친 것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한국의 기독교 성직자 몇몇이 워싱턴에 와서 미국 관리들에게 본국의 내정을 구걸하는 기이한 풍경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이성적인 분별력과 애국심이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아심까지 들게 한다.
어떤 성직자는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무슨 무슨 선교회라는 미명하에 대규모 모금활동을 전개한 후 그 성과나 사업의 지속여부에 대한 내용 등은 함구하는 일도 다반사려니와 교민 1.5세나 2세에 대한 성경 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사 중에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과 개인이나 단체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의 내용이나 성격, 혹은 종류에 따라 가능한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직자는 성직자 스스로가 획정한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도덕이나 사회나 과학이나 역사나 윤리 등 사람의 기본적 소양 교육을 종u관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궤변은 어불성설이다. 모국의 언어와 예능과목을 지도하는 일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불건전한 사고방식으로 타인에게 위해(마약, 폭력, 절도 등)가 염려되는 불량 아동에 국한해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 선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전인교육이 교계에서 담당해야할 책무라고 강변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는 손익을 떠나 사립학교를 설립, 운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묻고 싶다.
성직자는 자선사업가나 교육자, 정치가가 아니다. 어떻게 함부로 전직 대통령의 정책을 폄하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없었다면 현재의 남북관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 긴장과 국지전과 군비증강에 따른 살상무기의 증가, 그에 따른 국부 유출은 천문학적 숫자로 국가 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병역의무 기간 연장, 예비군 훈련 강화 등으로 그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북한에 제공한 경제적 이득은 수많은 이산가족의 상봉과 금강산 관광, 남북인의 교류와 수출입 상품의 무역 성과로 상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의 휴전 상태를 평화공존의 안녕체제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된 물자와 현금은 이미 우리 것이 아니다. 그것을 재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하여 햇볕정책이 잘못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물론 공산체제나 선군정치, 인권유린 등 폭압적 폐쇄정권을 용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북한이 극비리에 소련이나 여타 국가로부터 핵무기를 비롯하여 막강한 신무기를 지원 받아 남침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체 개발한 핵무기의 무장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외세의 강압으로 분단된 국토가 영원히 우리 후손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햇볕정책의 오류를 논해서는 안 될 줄 안다. 편향된 이념논쟁으로 선동하여 교민사회를 교란하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언행은 삼가야 마땅하다.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임의의 단체를 만들어 거창한 직함을 남발하고 워싱턴을 찾아 교민들에게 무엇 무엇을 요구하는 성직자야말로 한국사회의 소외된 이웃의 벗이 되어 암울한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본연의 임무에 성실하기 바란다.
아울러 국가나 사회는 구성원의 함축된 지성과 가치관의 지향점과 시대적 요구에 의해 배양된 물리적 역량과 역사가 제시한 확립된 질서를 위해서 진행되어지는 복합체로서 이미 탈냉전 시대를 마감한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우민 회귀의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현수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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