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요사이 고구려를 무대로한 역사드라마가 각 방송국마다 경쟁하다시피 방영하고 있는데, 주몽은 재미가 있고, 연개소문은 재미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유인즉 연개소문은 주객이 전도됐는지 연개소문은 가끔 나오고 대부분이 온통 중국 수나라 역사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역시 눈여겨 보니 아직 본론적 드라마 도입이 되기 전이기 때문인지 과연 연개소문 이야기보다 수나라 제 2대 황제 수양제가 둘째 아들로서 형인 태자를 모함해 죽이고 동생 왕자들을 서인으로 내려치고, 자기를 황제 자리에 올린 공신들을 토사구팽하는 것이 스토리였습니다.
솔직히 나는 매우 흥미롭게 보면서 언제였던가 북경을 관광했을 때, 황제 침실에 수청들 궁녀를 들여 보낼 때 독극물이나 무기를 못가지게 하려고 완전히 몸을 벗겨 천으로 휘감아 궁녀를 들여보내면서 안심했으나 나중에 긴 머리카락으로 황제의 목을 졸라 죽이려 해서, 그 이후엔 모든 궁녀들을 머리를 길게 못 기르게 했다는 관광 안내원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중국 역사는 질투, 모함, 배신, 골육상쟁의 역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그 넓은 땅이라 멀리 보낸 관리들이야 그저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탐관오리가 되어 민심이 떠나 나라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거나, 아예 반기를 높이 들고 반역을 일으키는 역사가 아니였겠는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제도를 만들고 관리로써 행정능력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를 주고 시(詩)를 짓게 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시를 짓는 사람을 장원급제, 관리로 뽑았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짓는 소위 시심(詩心)이 있다면 백성들을 굶겨 죽이도록 토색질이야 하겠으며 황제를 배신하여 반란이야 일으키겠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아니 거꾸로 아름다운 시심(詩心)의 소유자는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 일 것이라는 얘기가 되겠지요.
내가 왜 이리 장광설을 늘어 놓느냐 하면 그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K라는 분으로부터 X-mas 까지 글을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부탁을 받은지 2-3일이 지난 오늘까지 한 줄도 못 썼습니다. 특히 연말연시를 앞두고 이제 나의 한해 어쩌면 여지껏 살아온 나의 모습을 보면서, 좀더 긍정적이고,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분한 그리고 편안한, 조그마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는 기쁨에 찬 행복을 느껴야 하는나이가 된 것 같고, 그래서 비록 아름다운 시(詩)는 못 쓴다 해도 수필이랄까, 몇줄의 아름다운 글을 쓸만도 할 것 같은데 한줄도 못썼다 이런 말입니다. 글의 재미를 위해서 모함, 질투, 배신을 글에 섞는 버릇이 있어 사물을 흘겨 보는 때문인지, 또는 남을 비웃거나 조롱하는 패러디 단편을 몇 번 썼기 때문이었을까. 내 나이에 걸맞는 ‘아름다움’이 안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이제 다시 어떤 발레단이 차이코프스키의 ‘호도까기 인형’의 발레를 어떻게 표현하나, 이번 X-mas에는 누구가 감독하고 또 누가 주연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의 드라마를 TV에서 볼수 있을까.
아니 누구에게 카드를 보내며, 단 한줄에 멋진 덕담을 쓸까 하면서, 작은 관심, 작은 소망, 작은 기쁨으로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래서 내 손자녀석 손웅큼만한 작은 행복에서 내년을 다시 열어야겠습니다. 그때야 아마 나도 아름다운 시심(詩心)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새해야 어서 오렴.”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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