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생각하며
▶ 도진호 <베데스다, MD>
창가에 서성이는 아침 하늘/ 여전히 푸르구나/ 오늘은 누군가 찾아올까/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에 지쳐/ 서산의 해가 그리워진다.
노인들의 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의 생활이 아니요 느낌의 생활이다. 더욱이 낯선 땅에서의 생활은 한없이 허무하고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창조주는 “인간들이여 어디에서든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하였다는 메릴랜드 상록회의 노인 등산반에 동참하여 등산을 하고 온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참으로 좋았다고 하는 말이 나에게까지 들려 와서 언제인가는 한번 참가하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지난 월요일 아침 10시쯤 지구촌 교회에 나갔다. 매주 월요일 실시되는 등산운동은 아침 10시 반까지 지구촌 교회에 모여 상록회 밴 2대에 분승하여 출발한다.
목적지는 몽고메리 카운티에 인접한 프레드릭 카운티에 있는 슈가로프(Sugarloaf) 산이다. 가는 시간이 한 시간정도 소요되며 등산코스는 세 개가 있어서 가장 먼 코스가 1시간 반, 중간코스가 1시간 그리고 가장 가까운 코스가 30분정도 소요된다. 상록회 노인반은 대부분이 70세 노인이라서 현재까지는 30분 코스를 택하고 있다고 한다. 등산을 마치고 레크레이션 장소에 내려오면 12시가 되어 각자 준비하여 온 음식과 상록회에서 준비한 음료수 및 다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1시부터 찬송가를 포함한 노래 시간을 가지며 그리고 이어서 건강체조 및 노인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교환 시간을 가진 후 2시반쯤 다시 밴에 올라 지구촌 교회로 돌아온다. 지구촌 교회에 도착하니 3시가 약간 지났다. 소요시간으로 보아도 노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같아 좋았다.
노인 등산반이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인들뿐만이 아니고 50대들의 반응도 아주 좋아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금은 매주 마다 40명 이상이 모인다고 한다. 오고 가는 밴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제한된 공간 속에서 만이 할 수 있는 진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마음껏 웃음을 토해 낸다. 돌아오는 길에 산중턱에서 60세정도 보이는 백인 남녀가 휴식장소에서 테이블을 마주하고 와인잔을 마주치며 즐기고 있는 것을 본 한 할머니가 저 남녀가 부부일까 아니면 연인일까 하고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든 할머니들이 연인이지 하며 파안대소를 한다. 한 할머니가 연인이니까 저렇게 다정하게 와인잔을 마주치지 부부일 것 같으면 돌아앉아서 마신다고 하면서 또 한바탕 웃는다. 1시간 등산을 하고, 1시간 노래하고, 그리고 2시간동안 웃고, 얼마나 건강에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는 노인들에게 참으로 좋은 건강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건강 프로그램이 이 지역만이 아니고 많은 지역에 보급되어 한인 노인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나 오래 사는냐 하느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냐 하는 것이 더 값있는 것이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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