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탄생은 고난에 처한 인생들에게 희망과 평화였다. 어둠이 깨지고 빛의 영광이 솟아올랐다. 당대의 권세와 상류사회는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초긴장 했다. 로마시대는 폭력만이 힘이었다. 민중은 인권을 유린당해도 권력은 이를 무시했다.
문명의 절정에도 민족간 국가간 분쟁을 전쟁으로 해결하는 모순을 보게 된다. 경제란 우리 인간생활의 전부요 인간 가치의 척도가 되었다. 이라크 전쟁도 일종의 동물화 된 인간들의 욕구불만의 표출이다. 미국은 더 이상 인권을 논할 수 없이 신빙성을 상실했고 이제라도 극단논리를 추방해야 한다.
한국도 70년대 인권유린이 세계 최상위로 오른 슬픈 역사가 있다. 경제개발을 빌미로 노동인권은 유린되었고 임금착취를 개발도상이란 특수상황으로 합리화했다. 군정의 무능은 영구집권이란 음모로 드러났고 팟쇼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적나라하게 입증되었다. 유일체제를 구축하는데 걸림돌은 민주사상이나 인권운동가였다. 지식인 사회는 무관심과 포기주의가 성행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수는 노동자, 보통사람, 학생, 교사, 대중사회에 많았다. 기득권자들은 변화를 비판했고 양심 있는 시민들은 민족의 고난을 안았다. 대중의 모임이 힘이 없어 혁명단체로 몰린 것이다. 노동자, 하층민의 모임을 색다르게 본 것은 자기들의 부패가 드러나는 것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부 목적으로 모인 활동을 정권연장에 이용, 희생시켰다. 유신은 무덤을 파고 있었다. 정부는 인민혁명전선으로 명칭을 해서 과격단체라는 이미지를 부추겼다.
인혁당 간부 8명은 1975년 4월7일 정치재판에서 사형 언도를 받고 상고도 못해보고 8시간 만에 형장으로 끌려 나가 처형됐다. 죄목은 요란하게 갖다 붙였다. 증거도 없이 이적행위, 국가변란죄를 뒤집어 씌웠다. 사전 각본에 의한 연출이었고 어용 법관은 거수기였다. 사형 언도를 내리기까지 불과 15분의 졸속 재판이었다.
노무현 정권에 와서 30년 만에 과거사 규명위원회는 진상을 밝혔다. 유신 정권의 죄악을 공개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진리를 보일 것이다.
당시의 정치재판에 항의한 사람 가운데 미국인 신부 시노트가 앞장섰다. 그는 인천에서 올라와 데모하다 구속되어 감금되었다. 한국 정부는 시노트를 추방했고 민주인사는 전원 체포했다.
75년 가을 미국에 온 시노트 신부를 우리 민주 동지들은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대학에서 만났다. 시노트는 민주운동을 새로 출발하는 계기가 됐고 용기를 불러낸 사람이다. 미국 교계를 설득하고 동조자를 구했으며 미국 국회를 설득해 대한정책의 수정을 요청했다. 미국 민주당의 프레이저는 한국 인권개선을 위해 전력했고 서울 입국 비자도 거부당한 일도 있다.
나는 시노트 신부와 같이 미국 국회 로비에 참여했다. 프레이저 안을 지지해달라는 운동이었다. 이는 한국 민주투사들을 위한 함포사격이었다.
시노트 신부가 편지를 내놓고 번역을 해달라고 했다. 자세히 읽었다. 유가족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날품팔이마저 구할 수 없어 막막하다는 것과 애들은 학교에서 내쫓아 갈 데도 없고 동네 사람들로부터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고립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위 신판 양반계급이라는 기득권층의 뇌물은 제한이 없고, 하층 사회는 병마와 빈곤으로 소외당하는 현실은 유신 독재자와 일방 정치가 만든 것이다. 인간사회를 동물화했고 경제동물로 경쟁만 가속시킨 결과다.
시노트 신부는 전국을 순회하며 종교단체, 대학마다 강연하고 많은 동지를 얻어갔다. 전국적인 방송에도 나간 일이 있고 천주교의 성금을 합해 8만 달러를 인혁당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인권천부설을 믿는 우리 민족은 부정한 권력에는 맞서 싸워온 역사를 재확인하자. 당시 워싱턴 교포 교회는 낮고 천한 사람들, 소외된 내 민족에 냉대한 것에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인혁당 사형수의 유가족도 우리의 형제요 자매다. 나와 다른 계층에도 생각과 문을 열어보자.
고세곤 <평화향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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