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your own worst enemy’라는 표현을 들어본 독자가 있을 줄 믿는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본인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에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을 자초한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해에 있었던 대표적인 케이스 하나를 소개한다.
Zachariah Mussaui는 2001년 9월11일의 테러사건(세칭 9.11 사태)의 공범으로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그는 재판을 거부하고 유죄를 인정한 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다.
형사재판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는 유·무죄를 가름하기위한 재판(Guilty phase)이 있고, 유죄판결이 내려진 후에는 형량을 결정하는 절차(Sentencing phase)가 따른다. 그의 변호인단은 그에게 무죄를 주장하고 재판에 임할 것을 강력히 권했으나 이를 뿌리치고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Guilty phase의 재판이 생략되고 바로 언도(Sentencing) 절차에 들어갔던 것이다. 배심원은 장시간의 숙의(Deliberation) 끝에 종신형을 선고했다. Mussaui는 놀랐다. 사형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ussaui의 판단으로는 재판을 받을 경우 자신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것은 자명한 일이고 사형이 집행될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재판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Mussaui 를 테러공범자로 기소한 근거는 그가 테러계획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국에 고발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며 능동적으로 테러행위에 가담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을 강행했더라면 무죄판결(12 배심원의 만장일치에 의한)도 가능했으며, 최소한 재판이 무산(Mistrial)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케이스로 분석한다.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평결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재판이 무산됨을 부언한다. 12명의 배심원 중 단 한사람이라도 피고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피고에게 유죄평결이 내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배심원석에 앉게 되면 그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자세로 배심원 임무에 임하게 됨을 부언한다. Mussaui는 이러한 제도와 절차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Mussaui는 재판을 안했기 때문에 항소할 근거도 없다. 항소란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일어난 잘못을 근거로 재판 결과를 뒤엎는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재판이 있었어야 항소할 근거도 있을 수 있다.
뒤늦게 깨달은 Mussaui가 유죄인정을 번복하고 재판을 받겠다고 청원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죽는 날이 형을 면하는 날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그려놓은 세상 테두리 안에서 산다. Mussaui는 타인종, 타종교를 미워하는 세상, 사법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세상을 그려놓고 세상 전체가 그런 줄만 알고 살아온 그의 잘못된 지식과 오만이 그에게 종신형을 안겨준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신을 믿고 산다. 어떤 자는 크리스천에게 자살테러를 감행하면 죽은 후 큰 상을 내려주는 신을 믿는다. 사업이 번창 하도록 도와주는 신을 믿는가하면, 자식이 명문대학에 입학하도록 도와주는 신을 믿는다.
Mussaui 케이스가 종결된 지 여러 달이 자났지만 그의 교훈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쉽게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의뢰인들에게 Mussaui 케이스를 설명한다.
이인탁/변호사.애난데일, VA
www.intak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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