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북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핀랜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 1966년에 국제회의가 있어서 약 10여 일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부유한 나라는 아니었다. 소련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어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적지 않은 긴장 속에서 살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민주적인 정치와 시장경제로 기틀이 잡힌 탄탄하고 안정된 나라이다.
안내원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연 3만5,000달러가 넘으며 실업률이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완전 고용에 가깝다. 더욱이 안내자가 제로 코럽션(Zero Corruption)의 나라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부패가 거의 없는 나라이며 이 점에서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자랑을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크게 자랑할 만한 일이다. 부패가 없는 나라라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를 상징한다. 정치 경제 사회가 안정될 수밖에 없다. 참으로 부러웠다.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부패 때문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 지난번 발표된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를 보면 한국도 세계 10위를 마크하고 있다. 부패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서글픈 일이다. 사업을 하는데 경제외적 또는 생산외적을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핀랜드는 과거 20년 넘게 전자통신산업에 주력하여 이제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IT 국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노키아(Nokia) 셀폰은 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조그만 동네에서 시작한 노키아 회사는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중소기업이었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오늘날에는 세계 굴지의 전자정보회사로 성장하였고 국가수입의 거의 30%를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장기적 지원이 오늘날의 노키아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날 핀랜드의 산업구조는 첫째로 IT 산업, 둘째로 관광산업, 셋째로 조선업, 넷째로 산림산업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원래는 조선업이 으뜸이었는데 근년에 와서 다른 나라에 다 빼앗겼으나 쇄빙선은 아직도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안내원의 설명이었다.
또 전국에 6만 채의 여름 별장이 있다고 한다. 이 나라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여름철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여름이면 많은 가정이 휴가를 간다.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가는 곳에 있는 여름 별장 한 곳을 가볼 수 있었다. 호수 변에 소박하게 세운 별장으로 사우나까지 겸비한 휴가를 즐기기에 좋은 분위기였다. 약 450만인 인구를 고려할 때 중산층의 안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북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지만 의료와 교육은 전적으로 국비로 충당하고 있다. 돈 없어서 병원에 못가고 돈 없어서 학교에 못가는 일은 없다. 그 대신 대학이 무분별하게 많지 않다. 대학에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 국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 철저하다. 대학에 못가는 사람에게는 직업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한국처럼 대학을 많이 인가해주어 경영난을 겪는 학교가 꽤 있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현재는 유럽연합에 가입이 되어있어 왕래가 자유롭다. 유럽연합 국가 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시즌에는 하루에 보통 3만 여명의 관광객이 드나든다고 한다. 따라서 관광수입도 대단하다. 입국할 때 출입국 관리가 잘 왔다, 환영한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한다. 첫 인상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겉으로 보는 관광도 좋지만 그들의 내면, 즉 정직성, 성실성, 친절성, 자신감, 자존심, 그리고 소박한 모습 같은 그들의 인간성을 접할 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강만춘 MD 상록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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