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만병통치’의 한방은 21세기를 맞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그것도 세계에서 의학이 가장 앞선다는 미국에 화서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우리 교포사회다.
우리의 허준은 죽지 않는다. 지금도 키다 작은 아이의 키를 키우고, 비만한 여인들의 살을 빼는 의술로 더욱 발달하여 빛을 발한다. 후손들은 그의 의술에 그치지 않고 그도 그렇게 치료를 위해 고심했던 ‘암’마저 치료한다고 얘기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허준의 후예들이다.
그러나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왜 심장이 아픈 미국 부통령 딕 체니는 가까운 애난데일의 한방을 찾지 않을까.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 역시 심장 때문에 고생한다는데 왜 워싱턴 들르는 길에 우리의 자랑스런 한방을 한번 찾아보지 않을까. 왜 수백만 명의 미국 말기 암 환자들은 그 좋은 한방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일까.
인간의 평균수명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50여 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는 60을 청춘이라 불러 아무도 환갑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80을 사는 것이 평균이고 곧 100세 시대가 도래 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한방은 이런 인간의 수명 연장에 무슨 기여를 했을까 궁금하다. 한방치료를 받아서 인류의 오랜 꿈인 무병장수를 이루었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 의료는 한방을 정통의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효과가 의심스럽거나 약간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대체의학’으로서 한방의 일부를 인정할 뿐이다. 침은 진통효과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진통제 약물보다 특별히 더 낫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 외 몇 가지 효과가 약간 있다고 인정되는 한약제 들이 있으나 그것은 정통 치료 약제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대체약제’ 정도로 인정받는 것이다.
마켓에 가서 사먹는 식품에조차 그 식품의 성분이 무엇이지 거의 정확하게 적혀있다. 미국인이 사먹는 약은 수억 불의 연구비와 FDA(식품의약청)의 수년간에 걸친 검증을 통해서 약으로서 인정을 받아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특유의 검은 색 한약은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한의사 마다 그 한약을 만드는 비법이 있어 그 성분이 일정하지 않다.
그 한약제의 성분을 객관적으로 아는 사람은 만든 한의사 한 사람 뿐이다. 음식마저 나쁜 성분을 오래 먹으면 암에 걸린다거나 심장병에 걸린다는데 한약제의 부작용은 아무도 모른다. 장기적인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한방의 전통 탓이다. 한번만 효과를 내면 그 한 번의 효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를 나타낼 것처럼 선전된다.
기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암 환자들은 그런 한 번의 효과만이라도 벼락 떨어지듯 자신에게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객관적 검증이 없는 약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의학을 자랑하는 미국에 와서까지 한방에 의지해야 하는 우리 교포사회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진영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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