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작은 새가 안간힘을 다해 푸드덕 거렸다. 날개가 찢겨질듯, 머리가 깨질듯 철망에 몸을 부딪쳤다. 전선보호 철책에 한 마리의 새가 갇힌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매가 쏜살같이 철책 위에 내려앉았다. 현은 마음이 안타까웠다. 사무실에 닿을 때까지 내내 운동장에서 본 광경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윌리엄 주임이 브리핑실에서 현을 미소로써 맞았다. 미스 현, 안색이 안 좋군, 상심할 일은 없겠지? 오늘은 바쁜 날인데, 온통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현이 연방수사국으로부터 지역 특수 임무에 파견된 것이 약 6개월이 됐다.
영미가 초췌한 얼굴을 하고 여경에 이끌려 현의 방에 들어왔다. 일주일 내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진전이 없었다. 현은 영미가 머리를 숙이고 있어 자기가 집에서 가져온 화장품을 영미의 무릎 위에 놓았다. 영미는 머리를 들었다. 그녀의 큰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영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제 친구가 해를 입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리고 나서야 천천히 캐나다에서 미국까지의 경로와 불법업소에 팔린 경과를 자세히 설명 했다. 현은 범죄자들이 영미의 친구를 볼모로 잡고 있음을 의아히 여겼지만 영미에게 친구의 특별 보호를 약속했다.
현은 등을 돌리고 큰 창으로 이 거대한 도시를 내려다보고 서있는 주임에게
달려갔다. 정보의 대가로 영미를 석방하고 친구와 함께 감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첨부했다. 주임은 몸을 돌려서 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현은 속이 상했다. 영미의 화장 없는 어여쁜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보다 두서너 살 위로밖에 보이지 않은 여성의 험난한 인생을 생각하니 스스로도 몸서리쳐지는 아픔이 왔다. 세상은 다 이런 거야 라고 현은 혀를 찼다.
비퍼가 울렸다. 주임이 현의 방문을 노크 없이 열고 따라오라고 했다. 주임은 쏜살같이 주차장에서 차를 뺐다. 달리는 차에서 현에게 따뜻하게 “오늘은 권총을 찼겠지?”하고 물었다. 현은 아무 말 없이 긴 검정 코트에 손을 넣었다. 물론 현은 총을 챙기지 않았다. 늘상 그렇듯이.
현장은 벌써 경찰차로 일반통행이 금지돼 있었다. 주임이 차를 대자마자 현은 집속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주임은 머리를 흔들면서, 뒤를 황급히 따랐다. 문을 지키던 문짝만한 업소의 가드가 벌써 꼬구라져 있었다.
현은 화장품냄새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이 한데 엉켜서 숨어 있었다. 뒤따라온 여경들이 여자들을 끌어냈다.
밖을 나와 현은 코트의 단추를 풀고 긴 호흡을 했다. 뒤에서 주임이 큰
소리로 “미스 현, 또 유도로 큰 대들보를 엎었군” 하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현은 끌려나온 여자들 틈에 한국여성이 한사람도 없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현은 주임 방을 두드렸다. 주임은 얼굴을 들지 않고 들어오라고 했다. 주임은 안색이 좋지 않게 보였다. 현은 사직서를 주임 책상 위에 놓았다. 주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현은 급하게 읽어갔다. 연방수사국장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훌륭한 임무 수행을 감사한다는 내용과 국에 돌아와 해외파견을 기다리라는 명령이 적혀 있었다. 말없이 현은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영미의 아름답게 화장한 화사한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주임이 문틈으로 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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