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들이 브이(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기러기들이 브이 자를 만드는 것은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때는 그냥 날아갈 때보다 70%의 힘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맨 앞에 날아가는 기러기가 가장 빨리 지치기 때문에 그들은 자리를 서로 바꾸어가며 여행을 한다. 그 덕분에 뒤에 따라오는 기러기들은 공기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기러기들은 또 소리를 내며 방향을 알려주고 서로를 격려한다. 만약 한 마리가 부상을 당해 비행할 수 없으면 반드시 서너 마리가 낙오자와 함께 머문다. 이처럼 기러기는 동료의 불행을 외면하는 일이 없다.
이 일화는 동물이지만 기러기들이 어려울 때 상부상조 하는 모습을 인간들이 배워야할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독창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화음을 내는 합창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사랑, 우정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인간 사이에서 꽃 피울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란 뜻이다. ‘군중 속 고독’이란 말도 있지만 인생의 험난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하고 그 고독에서 구해주는 것도 희로애락을 나누며 동행하는 삶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평생을 산다. 모두 만족할 만한 조건은 아니지만 그중에 한 가지만 서로 맞으면 행복한 인생을 나눌 수 있다.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좋은 점만을 생각한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또 척박한 이민생활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지인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한 삶이겠는가. 좋은 친구의 우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찾을 수 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실한 우정은 이성간의 연정(戀情) 못지않게 소중하다. 우정은 맹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무 한그루에서 씨앗이 트이고 줄기가 뻗고 잎과 꽃이 피듯이 누군가와 같이 동행하는 삶도 시간적 정신적 교류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동행이 만나서 좋은 인연이 있는가하면 때로는 슬픈 상처만 남기는 쓸쓸한 인연도 있다.
또한 자연과와 만남도 있다. 구름, 바람, 비, 꽃, 나무 심지어 길가 풀잎과도 매일 무수한 만남을 갖는다. 그러나 여러 만남 가운데서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이 제일 소중한 것 아닐까.
얼마 전 워싱턴 일원에 첫눈이 내렸다. 12월이 지나도록 눈 구경을 못하다 본 첫눈이라 그런지 천상의 선물을 듬뿍 받은 기분이었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대자연의 오묘함과 경이로움도 참으로 감사하다.
어떻게 살아도 인간은 한번 밖에 살지 않는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다. 계절에 따라 자연이 주는 교훈을 배우며 인간이 어느 관계든지 진정한 삶의 동행을 하고 살아가면 행복한 삶이 되지 않는가 사색에 잠겨본다.
채수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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