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생각하며
▶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얼마 전에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아주 비싼 호텔에서 며칠 지낼 기회가 있었다. 한쪽 벽 유리창 밖으로는 돛단배가 파도를 밀며 서서히 지나가고, 초저녁 색색의 불 켜진 베이브리지 다리 한켠의 트레저 아일랜드(보물섬이라는 작은 섬)는 한 폭의 그림처럼 나를 오랫동안 멈추게 했다. 실내는 모두 고급품이었고, 침대 또한 요즘 선전에서 많이 보는, 한쪽에서 뛰어도 다른 쪽에 진동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호텔 화장실 안에 써있는 말이었다. “타월은 쓰신 것만 바닥에 내려놓으시면 그것만 바꾸겠습니다. 만일 계속 같은 수건을 쓰실 계획이시면 위에 걸어 놓아주세요. 물을 아낍시다. 감사합니다.” 하루저녁에 얼마짜리 호텔인데 물이 아까워서. 그러나 가만있자 작년에 우리 모임에서 단체로 여행을 갔을 때, 그때 그 큰 호텔에도 같은 말이 써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궁금증을 풀기위해 나는 물에 관해서 안내되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지금 세계 곳곳은 물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며, 수건 하나 빤 물을 깨끗이 정제하는데 적어도 1만 배의 물이, 식용 기름을 버리면 19만8천 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며, 라면 국물 한 그릇 버려서 오염된 물을 되살리는데 5천 배의 물이 필요하고, 우유 한 컵 버리면 1만5천 배의 물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라면 끓일 때 물의 양을 줄이고, 우유 컵은 물을 부어 가셔 마시고, 튀김을 하고난 기름은 절대 하수구에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물에 불순물이 많으면 정제하는데 경비가 너무 많이 들거나 어떤 물은 완전 정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나는 비로소 그 많은 호텔들 방마다 두개씩만 수건을 안 빨아도 되면… 하고 계산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신문에서 보니 지구상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물은 그 많은 물의 1% 정도인데, 주로 호수나 하천의 물이라고 했다. 신문에서 서울 근교에 있는 한 호수의 물을 정제하여 쓰려고 조사해보니,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수은, 비소 등의 유해물질이 너무 많이 있어 다시 조사한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이제야 왜 사람들이 미래는 물 전쟁 이라 했는지 이해할 것 같다. 물이 없이는 어떤 생명체도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도 한 여름 가뭄에는 잔디 물 주지마라, 차 닦지 마라 라고 한 뉴스들이 생각이 난다.
몇 천 년 세월 을 묵묵히 흘러가는 강물을 백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잠시 지구에 머물다 떠나면서 그들을 오래 돌봐온 고마운 물과 자연을 오염하며 학대하다니. 우리가 진정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물들을 물려줄 것인가. 그리고 어쩌다 옛날 한국에서 물처럼 헤프게 쓴다는 바로 그 물 한 병이 커피 한 잔 보다 더 비싼 시대가 되었다니, 정말 큰일이다.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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