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부 접견장은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국방장관이 비밀리에 사령부를 방문하기 때문에 질서 정연히 대기하고 있었다.
낯익은 장관의 얼굴이지만, 군인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요양을 마치고 돌아온 리차드 대령도 맨 앞줄에 서있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받은 머리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지만 가끔씩 짜릿한 통증을 일으키면 저절로 눈물이 났다.
장관은 의기양양하게 사령관 앞을 빠르게 걸어와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군인들에게 잘 싸워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여전히 그는 낙관적인 견해를 침을 튀기며 강조했다. 군인들은 환호의 박수를 쳤다. 리차드는 눈물이 났다. 현기증이 났다. 알카에다의 칼이 내려치는 것 같은 순간이 스쳐갔다. 그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던 아찔했던 찰라로 몸을 떨었다.
벤 소령이 옆 눈으로 그를 살폈다. 곧이어 사령관이 메달박스를 부관으로부터 받았다. 장관은 리차드 앞에 섰다. 그리고 금성무공훈장을 리차드 목에 걸었다. 사령관은 반짝이는 준장 계급장을 장관에게 건네고 자기도 리차드 어깨에 달았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부관의 리차드 전훈 기록보고는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리차드는 빠르게 직위 임명서를 읽었다. 그가 바라던 여단장 임명장 대신 국토안보부 동부 국장 임명장이었다. 리차드는 눈을 감았다.
뉴욕 사무실은 말끔했지만 직원들은 느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리차드는 피가 솟구쳤다. 이런 멀쩡이들을 데리고 간악한 테러들과 싸울 수 있단 말인지. 현역 장군이 왔다고 해서 그나마 긴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리차드는 하루에도 수없는 명령을 내렸다. 모두 허둥댔다. 그는 신속하고 확실했다.
옛 동료 마크 병원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데지와 아들 싸지의 소식을 전했다. 데지가 리차드를 저녁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리차드는 너무 반가웠다. 검은 머리에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녀. 자기가 절단된 싸지의 다리를 안고 달렸던 기억이 새로왔다.
콜럼비아 대학 근처 아파트에 문을 노크하자, 정장을 한 싸지가 문을 열었다. 데지가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싸지는 달려가서 축구공을 몰아서 리차드 앞에 왔다. 리차드가 엄지 손가락으로 멋지다는 사인을 보냈다. 데지는 두부찌게, 김치, 생선, 쌀밥, 잡채를 내놨다. 리차드는 데지의 얼굴만 쳐다봤다.
데지는 부끄러운듯 살며시 일어나서 메모를 가져왔다. 싸지의 아빠 동료인 알카에다로 의심되는 이집트인 주소를 내밀었다. 리차드는 벤 소령에게 급히 암호 비퍼를 쳤다.
리차드는 새벽같이 사무실로 갔다. 벤이 벌써 와 있었다. 벤이 브루클린 다리에 폭파물 처럼 보이는 것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했다. 리차드는 컴퓨터를 열었다. 데지가 말한 그자의 정보가 떴다. 데지가 수학하는 콜럼비아 대학 연수생이며 자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출연한다는 사진과 정보였다.
빌딩 반마일 반경의 순찰을 증원시켰다. 벤이 잠시후 다리 근처에서 중동인과 같아 보이는 시체가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리차드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급히 데지의 아파트로 달려갔다. 리차드가 문을 두드리자 데지가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었다. 싸지가 가짜다리를 들어낸 체 데지의 뒤에서 겁에 질려 리차드를 바라봤다. 리차드는 싸지를 힘있게 안았다. 그리고 데지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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