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열반하신 숭산 스님은 미국 사회에 선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크게 증진시키신 분이다. 그 분을 따르고 존경하던 아이비리그 출신의 파란 눈의 미국인들은 스님의 길을 걷고 스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케리 상원의원도 자신의 아들이 숭산 스님으로 인해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추모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스님의 가르친 핵심은 이랬다.
우리가 현실에서 습득한 관념과 지식, 그리고 가치관을 버리고 ‘오직 모를 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라고 말씀했다. 그 때 우리는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직관할 수 있으며 생명과 우주의 깊은 신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하여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무한한 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我)라고 하는 관념의 나의 몸과 나의 생각은 항상하지 않는다.
나의 몸은 부모의 인연 화합에 의하여 세상에 잠시 머물다 살과 뼈는 흙으로 돌아가고, 피, 고름의 물 성분은 물로 돌아가고, 몸의 온기는 열로 돌아가고, 공기는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나의 생각도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정, 학교, 사회에서 부딪치면서 얻은 생각(想)들이 합쳐 모양(相)을 만들어 분별하여 좋다/나쁘다, 잘났다/못났다, 행/불행, 크다/작다, 똑똑하다/어리석다 등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그 존재와 현상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저 존재 현상 뿐인데 내가 다져온 생각으로 분별하고 판단할 뿐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에 길들여진 거짓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이 진정한 모습과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고달프고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
물이 얼음이 되고 수증기로 변하지만 본질인 H2O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듯이 우리의 거짓 나는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지마는 H2O와 같은 참 나는 태어나지도, 늙지도, 죽지 않는 청정한 것이다.
그러면 참 나를 어떡하면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지금까지 나 라고 생각한 생각들을 없애는 훈련을 하여 어린애의 마음과 같이 생각을 일으키기 전의 깨끗한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구인가?’(이 뭐꼬)의 의심을 간절히 품고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는 느낌, 이해, 판단으로 점검하지 말고 오직 모를 뿐 의 마음을 간직한 채 나아가라.
생각은 생각할 시간에만 생각하고 운전할 때도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모르는 내가 운전만 열심히 하고, 걸을 때도 모르는 내가 열심히 걷기만 하고, 차 마실 때도 모르는 내가 차만 마시고, 설거지 할 때도 모르는 내가 설거지만 열중하면 된다.
조바심도 내지 말고 편안하고 꾸준하게 모를 뿐의 마음을 항상 어디서나 간직하다 보면 마음이 맑고 투명하게 밝아지는 날이 온다.
그때 당신은 깨닫게 되어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느끼고 전정한 마음의 평화와 영원한 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이 모르는 마음이야말로 부처님, 하느님, 하버드 대학, 어떤 사상, 철학보다 낫다고 하셨다.
<황인수/MD 보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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