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세상사는 이치이며 도리는 물론 순리라고 하는데 일본의 경우는 정부 최고 지도자들이 한결 같이 과거에 자행한 부끄럽고 추악한 만행에 대해 사과는커녕 오히려 망언만 해오고 있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미 하원에 일본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을 피해 당사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보상해야 된다는 결의안이 제출돼 3월말쯤 통과 결정이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 그것이 통과되기 위해서 지지서신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아야 된다는 말이 있듯, 일본을 좀 더 알아야만 지금 처해있는 문제와 앞으로 예견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고 해도 잘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때문에 나름대로 일본에 대해서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었다.
일본 사회는 전통적으로 수직사회, 즉 계급사회이고 피라미드식 사회는 최고봉의 천황(텐노) 으로부터 군주, 대명, 무사(사무라이), 평민, 그리고 천민으로 내려온다. 사회 구조를 찰떡같이 이어주는 접착제는 바로 옹(은혜)의 개념이다. 일본인들은 자신이 태어나 편안히 살 수 있는 것은 다 윗사람의 은혜 때문이라고 믿는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사람구실을 하는 것이고, 아랫사람은 목숨을 걸고 그 은혜를 갚아야만 한다. 이를 지키지 못 하는 것은 일본인에겐 최대의 수치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일본인들은 항상 자신을 전체 집단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영향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철저한 수직적 조직사회 문화에서는 무엇을 하든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제대로 잘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잇쇼이 켄메이’ 라고 하는데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막부 시절에는 정말 군주의 밥에 돌 하나라도 잘못 들어갔다가는 그 요리사는 그대로 처형당했다. 이렇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 체질화된 일본인들이니 불량품 발생률이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한 다른 경쟁국가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그리고 일본 기업들의 정직성, 청결성, 아프터 서비스 정신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이것도 다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군 군함으로 자살 다이빙을 했던 가미가제 특공대가 보여 주듯이, 일본은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은 당연시 했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집단의 힘으로 움직이는 일본인들의 결속력, 단결력은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바로 섬나라 일본인의 근성이며 기질이 아닐 수 없다.
지독한 완벽주의적 생산을 추구하다 보니, 일본인들은 사는 것에 여유가 없고 일의 스트레스가 많아 마음이 풍성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을 잘 품어 주지 못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예의는 공손하기 이를 데 없지만, 다른 민족들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는 여유가 없어 각박하다.
2차 세계대전 때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독일은 범국가적인 사과와 보상을 유대인과 폴란드 등 피해 국민들에게 철저히 한데 비해, 일본은 경제부국인데도 한국인에게 어떠한 피해 보상도 없이 마냥 망언으로 일관 해오고 있기에 참으로 지독하리만큼 비열하고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일본이 아시아권에서도 자꾸 고립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일본을 미워하면서도 은근히 자주 일본을 배우자고 하는데, 배울 것은 배우되 일본의 기본 실체는 정확히 이해하고 알아 나가야 한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아주 강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외국 것이면, 특히 한국보다 강한 나라들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부 인사들이 있기에 양면성이 있다. 민족적 자긍심을 지켜가면서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현재 야기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인의 자존적 정신으로 일본으로부터 피해 보상을 반드시 받아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젠 한민족의 강인한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줄 때가 됐다고 본다.
홍병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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