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론
▶ 양국주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국제대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가 북한의 참사와 비밀회동을 하였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더욱이 리호남 참사가 지도자에게 직보하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장군의 비선 조직과 접촉하였다는 이유로 보안법 위반의 시비에 매여 있다. 사안에 비해 대선을 앞둔 시점인지라 더욱 의혹이 증폭되는 것 같다. 과거 대선 기간 동안 북한 측과의 비밀 협정이 정국에 미칠 파괴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야당에서는 과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많다. 만약 이러한 시비가 정략적 정계 개편으로 이용할 불순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면 북풍사건 등으로 피해를 본 야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밀 접촉이 갖는 파괴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북한이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물자 지원 관계로 북경에서 리 참사를 여러 차례 만난 일이 있다. 주로 북경에 주재하는 그가 남한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와 상황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북경이나 중국 등지에 나와 있는 북한인들이 출신 성분상 남한의 정치구조나 현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바꾸어 말해 북한에 대해 남측 인사들이 갖는 관심이나 태도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희정 씨가 북한 인사들과 만나 사사로운 개인적인 일로 만났을 리 없기에 회동의 동기나 목적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 이후락이나 박지원 등이 대통령의 밀명을 띄고 북한을 비밀리에 내왕하고도 반공법 시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고도의 정치적 목적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리 참사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고위직 인사다. 참사라고 할 때 북한에는 넓은 의미에서 부상이나 장관까지도 참사라는 직책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민경련 등의 조직을 통해 북한과 접촉하려는 남한 인사들 사이에서 리 참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인내심도 있다. 경직된 사고와 세상 물정에 어두운 매너 일쑤인 북한 관리들 가운데 새롭게 부는 테크노크라트 인사들의 주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안희정 씨가 북한 관리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몰아세우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리 참사를 만나 정상회담의 연결 고리를 찾고자 했던 안 씨의 기대와는 달리 비료나 물자 등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온 리 참사의 속셈에 실망해 대화의 말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다는 안 씨의 고백을 나는 믿고 싶다. 중개인이 경천동지할만한 사건을 만들어 낼 기대로 회동을 주선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중개인의 판단 착오인 듯하다. 왜냐하면 안희정 씨가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접촉한 속내가 사실이라면 전적으로 우리나라가 북한에 갖고 있는 주요 인사들에 관한 정보 부재를 드러낸 것 뿐이다.
남한의 주요 정보를 단말기 하나로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에게 알몸까지 벗어주며 정상회담을 하려는 남한의 입장이 그토록 절박한 것이라면 그 의도조차도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북한 교차 왕래에 있어 투명성 확보를 주장한다 하지만 북측과 만나기 위해 회담장에 나가는 남측 인사들은 실제 가명을 쓰고 나오는 북측 인사들의 허깨비만 상대하고 기념사진만 찍는 연극배우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거명하는 안희정의 파트너가 과연 리호남인지, 정말로 정상회담의 중대사를 성사시킬만한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누구든 장담할 수 없는 게 남북 관계의 불투명한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안희정과 리호남,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물밑 대화를 어느 귀신이라고 엿들을 수 있었겠는가?
양국주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국제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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