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년이 됩니다. 나의 몸에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인 대장암이 찾아왔습니다. 집사람 권유대로 때를 놓치지 않고 검사를 했으면 괜찮았을 것을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만 초기지만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6개월간 6번 항암치료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병상에서, 또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몇 번 글을 쓴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직도 그 글 중 2가지는 나의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첫 번째 글은 수술 직후 방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썼던 글이었습니다. 매일 간호사가 방귀가 나왔냐고 물어보는데, 방귀가 나올 때까지 정말로 육체적으로 몹시 괴로웠습니다.
그 때 문득 해우소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해우소란 한국의 절에서 화장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근심거리를 해소하는 곳이라는 뜻이지요. 근심을 해소한다는 뜻이기에 안 나오는 방귀 때문에 해우소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 5일 후에 방귀가 나왔고 해우소라는 단어가 가진 깊은 뜻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받으면 보내고, 얻으면 주고, 돈을 벌면 돈을 쓰고,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면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런 막힘이 없는 것이 근심이 없고 행복한 삶이 아니겠느냐는 생각 속에서 나는 꼭 거머쥐어야 한다는 집착이 근심의 근원이며, 나는 그런 집착으로 근심을 더 쌓아가지 않았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일주일은 항암주사를 맞고 3주일은 체력을 회복하는 항암치료 기간이 3-4개월 정도 지났을 때 쉐난도로 단풍 구경을 하기위해 운전하고 있었을 때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언덕에 올라선 순간 그만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찬란한 단풍 속에 내가 빨려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웅장한 단풍이었습니다. 나는 거기서 창조주의 무한함과 경외스러움, 또 나의 왜소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아마 그 때 그 두 글을 썼을 때가 제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가장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수술 후에 거의 삼 년에 걸쳐 쭉 해온 정규검사 과정에서 폐에 흐릿한 자국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의사의 지시로 정밀촬영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밀검사 결과 초기이긴 하지만 폐암으로 의심되는 점이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통보를 받은 날 마침 피츠버그에서 저를 찾아온 누님 부부와 외식을 하면서 아마도 소주를 2병이나 마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또 한번 시련을 주신 하나님에게 항의랄까 하소연이랄까 불평을 늘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수술을 기다리던 15일 동안 수술 준비 검진, 예방 등등을 하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편 제가 다니는 교회는 중보기도에 나의 치유를 비는 것이 첫 번째로 올라 있었고, 목사님은 매일 기도를 저를 위해 해주셨고, 수술 전 주 금요일에는 금식기도를 교우들에게 부탁하기도 하셨습니다.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옮겨지는 동안 희미한 기억 속에서 집사람과 목사님이 제게 속삭였습니다. “암이 아니랍니다.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나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편안히 눈을 감으며 혼자 생각했습니다.
기도가 응답된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준 교훈이 나를 또다시 찾아온 손님은 암이 아니었고, 대장암 수술 후 2년 반이 지나는 동안 바쁜 일상생활, 그리고 동창회, 전통음악 초청행사, 해외회의 참가 등 사회활동 중에 자라기 시작한 자신을 넘어 자만과 오만,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을 상실한 내 마음의 병균이 바로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것 바로 그것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낀 것일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수술 전날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연약하게 지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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