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김 씨가 경영하는 미용상은 비교적 한산한 도로변에 있었다. 철로가 가게 옆으로 나있었다. 오전 7시에 가게 문을 열면 30분후에는 틀림없이 기차가 지나갔다. 화물차량이 30개나 40개가 디젤 기관차에 힘들게 매달려갔다. 차량마다 그려진 낙서들은 무료한 아침에 김 씨를 즐겁게 했다. “인생은 돌이다, 깨어지거나 아니면 부서진다”, “멍청이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진짜 돈은 내 주머니에만 있다” 등 읽기가 바쁘지만 기차가 다 지나간 후에도 김 씨는 소리를 내고 웃었다. 안사람이 옆에서 핀잔을 했다. 당신은 아직도 아이구려, 그렇게 기차를 좋아하다니.
김 씨는 부지런했다. 상품을 하루같이 쓰다듬고 먼지를 털고 닦았다. 김 씨는 색색깔의 희한한 모자를 아주 좋아했다. 섬?한 것은 검은 가발이지만 그래도 신경을 썼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잡화들도 꼼꼼히 정돈했다. 11시쯤 되면 주부와 직장인이 시간을 내서 들렀다. 카운터 아래에 김밥을 놓고 오고가면서 하나씩 입에 넣고 점심을 때웠다. 3시 이후에는 어린이와 여학생 그리고 부모가 쇼핑을 했다.
김 씨는 그날 너무 바빴다. 한 여자 손님이 머리 물감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바람에 흰 가운 안에 넣은 지갑이 없어진 것을 몰랐다. 생각해도 곱슬머리에 큰 눈을 한 아이와 눈이 마주친 것 외에는 기억이 없었다. 그 아이는 늘 그 시간에 혼자 가게에 들어와 삼품을 호기심에 차 보곤 했다. 안사람은 그 아이를 조심해야한다고 자주 입버릇처럼 말했다. 김 씨는 속이 탔다. 자동차 면허증이며, 크레딧 카드 등. 분한 생각에 가슴이 쓰렸다.
다음날 아침 문을 연 안사람은 지갑을 문 입구에서 발견하고 기뻐서 큰소리로 김 씨를 불렀다. 물론 현금은 없어졌고, 어른이 쓴 것 같은 글씨로 간략한 사과문이 있었다. “미안합니다, 돈만 꺼냈습니다. 정말 급히 필요했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이후로는 아이는 가게에 더 오지 않았다. 한 손님이 귀띔하기를 그 아이와 비슷한 인상을 가진 아이가 어머니는 감옥가고 아버지는 총에 맞아 죽고, 최근에 정부가 보조하는 대리부모에게로 보내졌다고 했다. 김 씨는 무슨 연고인지 그 아이의 얼굴이 때도 아니게 떠올랐다. 기차가 지나가도 그 아이 생각 때문에 웃지 않았다. 부지런히 나가는 새벽기도회 때는 자기 아이들보다 더 그 아이를 위해 기도를 했다. 곱슬머리 아이가 큰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오후 7시가 지나면 손님이 떨어졌다. 김 씨는 팔리지 않는 멋있는 모자를 바라보면서 상품들을 정리했다. 밖에 어두움이 짙어오면 가게 안은 눈이 부시도록 환해졌다. 헝클어진 상품들이 잘 정돈해달라고 소리를 치는 것 같아 김 씨는 바쁘게 가게를 뛰어다녀도 숨이 가쁘지 않고 즐거웠다. 상품 사이 창문을 통해 밖에는 소방차 경찰차들의 파란불 빨간불이 김 씨를 밖으로 뛰어 나가게 했다. 뒤에서 안사람은 소리를 쳤다. 나가지 마세요!
존슨의 잡화상 가게와 옆집 세탁소에 경찰과 소방대원이 둘러싸고 있었다. 담요로 덮은 들것이 사람들을 뚫고 앰뷸런스로 갔다. 김 씨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 나의 이웃이 아닌가. 그 뒤로 두 청년이 뒤로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이끌려 나왔다. 머리를 숙였던 한 청년이 얼굴을 들었다. 김 씨를 쳐다봤다. 큰 눈동자에 눈물이 서렸다. 그리고 머리를 숙였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