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참하다, 참람하다. 가슴에 난 상처가 쓰리고 아리다. 모두가 그 상처 하나씩을 가슴에 묻고 애도한다. 더 큰 상처에 신음하는 유가족 앞에 나가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눈을 내리감으며 중얼거립니다, 얼마나 힘드시냐고. 얼마나 아프냐고, 얼마나 황당하냐고, 내 아픔은 꺼내 보이지도 못 하고 조용히 돌아섭니다. 멀찍이서 우리도 아프답니다, 우리도 참담하답니다 라고 중얼거립니다. 당신들이 침 뱉으며 무엇인가를 집어 던지며 퍼붓는 욕설에 상처가 하나 더 생기고, 한국인, 한국인이 가해자였다고 유난히 강조할 때마다 온 몸이 난자당하는 듯 아프답니다.
정신대 법안통과를 위한 우리들의 혼신의 노력이 이제 막 결실되려 할 때, 막바지에 다가선 공동발의자 100명 넘기기가 막 이루어질 찰나에 발생한 이 불상사로 이제 심각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근심이라는 아픔은 참으로 크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프다 말 할 수도 신음 할 수도 없습니다. 감히 어떻게 당신들의 아픔과 견주어 투정을 부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아픔을 가슴에 깊이 묻어둔 채 머리 숙여 조아립니다. 졸지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된 영령들 앞에 애도하는 마음과 명복을 비는 마음을 엮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당신들 앞에 내려놓고 위로하며 함께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이 마음은 가식이 한 점도 없는 진정한 우리들의 마음이랍니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이해를 해 주셔야합니다. 우리들의 이 순수무구한 진정한 마음은 우리 한국인의 본 심성이라 그렇게 읽어 주시되 가해자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인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는 것은 와중에서라도 한번 고려해주십사 간청드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미안해하고, 우리가 스스로 아파하는 것은 우리 몫일지언정, ‘국적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정신적 이상징후자의 범행이었다’고 정리하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건의 합니다. 그리고 넋을 잃은 채, 생업이라든가 만사를 제쳐두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모두 제자리에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더 말하기가 허용된다면, 아들의 흉포한 범행으로 눈 뜨고 빛을 볼 수도, 얼굴 들어 하늘을 볼 수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마저 소리 죽이며 통곡을 삼키고 있는 그들의 아픔도 달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애도하는 마음과 명복을 비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표현으로 가슴에 리본을 달려 합니다. 거리에서나 영업처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당분간은 항시 부착하고 다닐 것입니다.
이 시련을 극복하고 평온이 찾아들면, 우리는 우리의 앞날을 위해 이 고통과 슬픔을 교훈 삼을 것입니다. 가정, 학교, 사회, 종교 등 자성하며 지혜를 모으자는 자리에 우리 모두는 함께 앉아 머리를 맞댈 것입니다.
<이문형 H.R 121 범동포대책위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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