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고립될 때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은 매로 때리는 벌보다는 감옥에 넣어 고립시킴으로써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인간의 고립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상위 중추의 고립이다. 사람이 서로 얘기를 하는 것은 의견의 교환이며 그것은 인간의 상위 중추의 소통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하위 중추의 고립이다. 이것은 유전자(DNA)의 고립이다. 즉 유전자(DNA)는 강렬한 본능으로 상대의 성을 만나 자신의 후손들을 만들기를 바란다. 이것은 상대의 성을 만나서 소통을 해야만 가능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수컷이 암컷을 만나는 성욕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런 상위 중추 소통의 문제 또는 하위 중추의 소통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은 상위 중추의 소통에 장애가 있는 것이고 그로인해 고통을 받는 것이다. 가정생활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상위 중추의 소통과 함께 하위 중추의 소통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번 학생 조승희의 경우는 이 소통의 문제가 컸다고 생각된다. 사회를 활보하면서도 소통의 관계가 단절 되었을 때 그는 마치 교도소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된다. 그런 고통 속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만이 죽는 것보다는 타인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살에 이르기에는 남녀 관계의 좌절이 큰 기폭제가 되는 수가 많다. 왜냐면 남녀관계의 문제는 상위 중추의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유전자(DNA)라는 폭탄과 비슷한 하위 중추의 소통의 장애를 가져와 엄청난 좌절감과 폭발적인 분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이 소통의 장애가 가장 큰 특징이다. 먼저 소통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언어가 자유스럽지 못함으로써 이민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로의 변화는 또 다른 상위 중추의 소통에 지장을 가져온다.
젊은 이민자의 경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하위 중추의 소통, 즉 유전자(DNA)의 소통의 장애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상대의 성들을 이곳 미국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만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유전자(DNA)의 소통을 가져올 만큼 깊은 인간관계도 갖기가 정말 힘든 상황이다.
학생 조승희는 어려서 이민을 와서 그 후 상위 중추의 소통의 문제로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이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로 굳어갔을 것 같다. 거기에 유전자(DNA)의 하위 중추의 소통의 욕구는 거의 최고조에 달하는 나이에 이민 사회라는 현실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거의 성직자의 생활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만날 수 있는 한국 여자가 100여명도 채 안 되는 한정된 장소에서 그는 유전자(DNA)의 하위 중추의 좌절을 받았을 것이다.
현재 이곳에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의 2세들도 학생 조승희와 비슷한 소통의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이민 1세의 경우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의식과 본능 속에 옛 타성으로 견디어갈 수 있지만 이제 갓 자라나고 인격이 새로이 형성 되어가는 어린이나 사춘기 학생들은 이 소통의 문제가 심각 하다고 본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적으로 우리 2세들의 하위 중추의 소통의 문제, 즉 성의 문제를 가볍게 다룸으로써 그들의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문제가 학교의 성적의 문제라던가 또는 신앙심이 부족하여 생긴 문제인 것처럼 오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우리의 어린 2세들은 이런 소통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민 2세들이 늘어갈수록 어떻게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 지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
윤진영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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