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11시경 버지니아에 사는 처제가 전화를 하기까지는 그날 아침 버지니아텍에서 벌어진 대규모 살상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조카가 버지니아텍 공대 학생이라서 사건발생 얼마 후 어머니에게 자기는 무사했노라고 경과보고를 한 것이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다.
TV를 하루 종일 틀어놓을 수밖에 없던 긴박한 상황전개였다. 7시15분경 한 기숙사 4층에서 총격으로 두 명이 숨졌지만 그것을 3각관계 치정사건 정도라고만 생각했던 대학경찰과 총장 등 간부진은 학교를 취소하기는커녕 2시간 후에야 이메일로 기숙사에서 총격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그 동안 그 때까지만 해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범인은 공대 교실들이 있는 노리스 빌딩에 들어가 207, 204호 교실 등을 돌아다니며 교수들과 학생들을 마구 죽이고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당겨 자살을 한 결과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량살육을 감행했다.
그 범인의 신원은 화요일 아침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흉포성은 목격증인들의 몸서리쳐지는 회상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9mm와 22mm의 두 반자동 권총으로 무장한 그는 9시반경 공대 건물로 들어오면서 출입구를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가서 사람들이 도망할 수 있는 퇴로를 차단했다. 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수를 죽이고는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사살했는데 총알을 한방 맞아 죽은 사람이나 다친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대부분 세 번쯤 사격을 받았다는 것이니 문자 그대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와 방불했다는 것이다. 오죽해서 주검을 숱하게 접해온 경찰관들이 눈물을 터뜨렸을 것인가. 목격 증인들을 회견하던 기자들도 눈물을 감추기 어려워했다. 정말 살인마, 악마의 화신, 희대의 흉악범이란 표현을 들어야 마땅한 태어나지 않았어야할 인간 말종이었다.
그 같은 극악무도한 자가 그 대학 영문과 4학년이던 조승희라고 화요일 아침에 발표되었으니까 물론 미국에 사는 교포들로서 우리 중 한 사람이 그처럼 끔찍한 일을 저지른데 대해 경악하고 당혹해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겠다. 그러나 이태식 대사가 17일 훼어팩스 카운티 청사에서 열린 한인회와 교회협의회 주최 추모예배에서 “대사로서 (미국의)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슬픔을 나누고 자성하는 뜻에서 32일 동안 금식을 하자”라고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도를 넘친 지나친 발언이다. 너무 빨리 대응했기에 그리 되었을 것이지만 개인 행위에 대해 나라 전체가 사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시간이 점차 지나갈수록 조승희는 중증의 정신병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가 아무런 친구도 없이 아마도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 사람을 죽이는 수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는 손놀림의 장기를 개발시켰을 수 있다. 그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은 그의 영작문이 너무 폭력적이고 괴상해서 그를 정신상담가에게 보내야 한다고 역설했던 당시 영문과 과장의 증언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그의 건의는 묵살되었다. 2005년 말 그가 여학생 둘을 스토킹 했기에 경찰에 불려갔지만 정신감정을 받는 정도로 그쳤던 모양이다.
그가 기숙사에서 두 명을 사살하고 공대로 살인 장소를 옮기기 직전(9시1분에 일부인이 찍힌) NBC에 보낸 그의 비디오와 사진들, 그리고 글을 들어보면 온 세상을 미워하는 미치광이의 욕설 가득 찬 저주와 악담 투성이다. 부자들을 저주하고 온 세상을 다 증오하면서 양손에 살인무기를 든 모습은 악마 그 자체다. 이번 주로 꼭 8주년이 되는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두 범인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또한 모방범이기도 하다. 그와 같이 살기등등한 자가 반자동권총을 쉽사리 구입할 수 있는 미국의 총기 만연상태가 이 비극의 종범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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