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서부개척과 카우보이 문화로 총기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질서, 정의, 인디언 침공에 대한 보호의 역사가 총기를 생필품의 하나로 만들었다. 버지니아텍 참사에 미국 사회가 경악했다. 뉴욕타임스(4월19일자)는 총기 규제에 법질서가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워싱턴포스트 사설은 버지니아 주는 비극적인 오산으로 “정신박약자라도 총기구입이 가능해 대량학살의 원인제공 책임까지 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의 보호와 총기소유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에 대한 애착이 특별하다. 세계 무기산업의 발전, 군수산업의 연구개발, 서부개척정신의 옹호, 국제경찰국가의 위상, 사냥과 스포츠 활동 등이 매개물이 되어왔다. 방아쇠를 언제라도 당길 수 있는 사회다.
총기문화의 보급은 전국총기협회(NRA)가 선봉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총기협회의 헌법 보호운동에는 1871년부터 전 군, 경찰, 법집행관과 시민들이 회원으로 가담하고 있다. 막강한 회원 수에 재정과 입법, 사법, 행정에 대한 영향력은 다수 시민의 의견도 누를 정도다. 회원이 되면 보험금으로 1,000불을 받고, 사고 사망 때는 5,000불을 지불하고, 법집행관들에게 2만5,000불을 지불하며, 평생회원에게는 보험금이 1만불에 달하며, 청소년 교육과 잡지보급 등 혜택을 주고 있다.
21세 이상의 미국 시민은 총기를 구입할 수 있다. 각 주마다 총기허가법이 다양하다. DC는 권총의 구매허가, 무기등록, 소유자면허, 착용허가 등을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으나 버지니아는 아무 제한이 없고 착용허가만 요구하고 있다. 메릴랜드는 권총의 무기등록과 착용허가를 필요로 한다. 캘리포니아는 권총에 한해서 무기등록과 착용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뉴욕 주도 DC와 같이 필수조건이 많다. 하지만 뉴저지는 무기등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조성희 군은 반자동 권총 두 자루로 대량 살상을 저질렀다. 그의 권총은 3초에 10발을 쏠 수 있다. 매년 총기 사고는 수 만 건에 달하고 그 중 자살하는 사람만도 2만2,000명(2004년)이 된다.
하버드 대학 공중보건 연구팀의 발표(2007년 4월 10일)에서 매튜 밀러 교수는 “총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자살률이 높았다”며 “미국서는 세 집 가운데 한 집 꼴로 총을 갖고 있고, 자살건수 가운데 총기를 이용한 것이 절반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센터에 따르면 총기로 인한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11번째에 해당한다. 미국 전체 자살건수 가운데 약물로 시도하는 비율이 75%로 높지만 실제 사망률은 3% 미만인데 반해, 자살기도 가운데 5%만이 총을 사용하지만 이들의 사망률은 90%에 이른다.
특히 젊은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총을 없애면 자살건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이 연구는 지적했다. 하버드대 발표서 총기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과 스위스의 총기관련 자살건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3월에 DC 순회항소법원은 시당국이 수십 년간 주민들의 권총소지를 금지해온 것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총기소지 권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했고, 이에 DC 당국은 재심을 요청해 계류 중이다. 버지니아 주 상원 법사위에도 두 달 전 탁아소에서의 총기휴대 금지 법안이 올라갔으나 조용히 사장되고 말았다.
총기규제는 정치적인 이슈이고 선거 전략의 하나이고 보니 사고가 잦은 것이다. 전국적인 일관된 법적 절차가 필요하며 주 법에 따라 우왕좌왕할 수는 없는 것이다. NRA 같은 로비 그룹의 독식은 시민의 권익보호라고 볼 수 없는 현실이다. 테러 공격에 긴장하고 있는데도 집단이익이 얼마나 수호될 수 있을까. 총은 칼이 아니다.
꽃바구니가 놓인 가해자 앞에서 사회도 반성해야할 허점이 있다. 총을 규제하고, ‘말’로 해결을 볼 수 있는 대학가의 분위기가 절실하다. 말이 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지성인의 신사도를 보고 싶어진다. 총소리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김현길/지리학 박사.연방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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