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신성과 마성을 지닌 존재이다. 가난하고 병든 자의 이웃으로 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목숨에 위협을 주면서 재물을 빼앗는 악한 사람이 있다. 물론 본의 아니게 다른 이에게 해로움을 주게 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며칠간 바람이 휘몰아치고 잿빛 하늘이 계속됐었다. 요사이는 사건이 생기면 거의 최악의 일이 벌어진다. 33명이 대학 캠퍼스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총기 난동을 벌이다 자살한 학생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중국 학생으로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중국인지 일본인지 한국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이다. 얼핏 봐서 구분이 안 가도록 흡사하게 생긴 이웃끼리 참으로 오래도록 싸우면서 역사를 이어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한국 학생이란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 얼마동안 타격을 받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사건을 일으킨 학생이 조 군이라고 했다. 조 군의 부모님 입장이 떠올랐다. 총기를 한 자루가 아닌 두 자루나 지니고 있었고 총탄 또한 넉넉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돌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사건이 일어나면 일기장을 찾아내 대부분 사건 경위를 알아낸다. 범죄자들은 착실하게 거의 일기를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조 군 역시 남기 글로 그 학생의 심리상태를 알아내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야 당연히 누군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사건의 흐름을 알 뿐이다. 세상을 비난하며 저주하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어머, 나도 마찬가지인데. 내게도 물론 선한 마음의 신성과 끓는 나쁜 마음의 마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당하는 해로움을 고함을 치며 노기로써 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겁이 많아서 그런 마음을 광란을 부리면서 풀만한 배포가 없음이 감사할 뿐이다.
그 소식을 듣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우리 한국 사람과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생겨 겨우 늪을 헤치고 나온 마음이 또다시 가라앉는다. 이 일이 한국 내에서 생긴 것이라면 이처럼 우울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이기주의가 팽배해진데서 생겨난 불상사다. 조 군이 잠시만 자제하고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했더라면, 더 나아가 조 군과 우리 조국인 대한민국을 생각했더라면 악마가 미소 지을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기기는 해도 결국에는 모두를 염려하며 지낸다. 혹시 내가 자유로운 입장이라면 한적한 촌구석으로 들어갔을지 모른다. 아니, 아무리 활동이 자유로운 입장이라도 나는 도시를 떠나지 않을 거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가끔 일어난다 해도 도시란 사람이 살만한 곳이니까.
무자식 상팔자에 관해 논쟁을 가끔 벌인다. 상팔자에서 ‘상’자가 위 상 자인가, 슬플 상 자 인가로 말이다. 그런데, 팔자란 자신의 운명이니까 무자식도 좋은 거고 유자식도 좋은 거다. 어차피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서 이끄는 곳이니까 말이다.
<김부순, VA 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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