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망 대
▶ 오인환 <한국 대학동창회협의회 회장>
조승희 학생이 버지니아텍 교정에서 총기로 32명을 살해하고 그 외 29명의 학생을 부상시켰을 때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문 사절 혹은 조의금 등을 즉시 거절하며 이미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미국인이며 자신들이 책임질 일로서 이민 출신국의 간여를 단호하게 막고 미국의 주권과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번 참사는 어디까지나 정신병력을 가진 젊은이의 개인행동으로 선을 긋고 인종편견이나 테러리즘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 재미 동포들은 미국인들이 이 참사에 대처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직접 체험하고 감탄하고 있다. 미국 거주 혹은 한국 거주 우리 한국인들이 미안한 마음과 앞으로 올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피해를 마치 연좌제에 걸려든 것 같이 염려하고 있을 때, 미국인들이 냉정하고, 대범하게 처리해 나가는 것을 보며 우리들은 역시 대국으로서 미국의 포용력과 위대함을 한없이 느끼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었던 것은 버지니아텍에서는 사망자 32명을 위한 추모석 외에도 조승희 학생의 추모석도 마련하였고 많은 학생들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해” 혹은 “너 같은 친구를 만나면 손을 내미는 용기를 내고 싶다” 등의 글과 꽃을 놓았다고 한다. 이미 때 늦은 가상이겠으나 “만약 고독하고 불만에 찼던 조승희 학생이 조금이나마 이러한 미국과 미국인들의 사랑과 포용력을 알았더라면 이런 총기 참사만은 한했을지도…” 하는 아쉬움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우리 이민 1세 한인들이 경제 터전 만들기에 전념하다 보니 아이들 돌볼 시간이 없어서 학교에서 혹은 미국사회에서 얼마나 잘 적응을 하는 지도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았다. 필자의 의사 친구 하나는 한인 동포사회에서 생길 수 있었던 일이 결국은 터진 것 같다는 말도 한다. 우리 한인들과 동포사회는 한인 학생의 총기 참사라는 사건을 통해서야 교훈을 얻고 말았으니 사전 예방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번 참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우리 한인들 각 가정에서 자녀와 같이하는 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혹은 사회에서 미국을 옳게 이해하도록 하여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조금이나마 비뚤어진 길로 들어서지 않게 사전 예방을 하여야겠다. 각 사회단체, 동창회 그리고 교회 등에서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들에게 주는 또다른 메시지는 미국 정부나 미국사회는 우리 한인 동포들 (Korean-Americans)을 미국인(Americans with Korean heritage)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미국 정부의 참사에 대한 대처 방침이 나왔다고 본다. 많은 우리 이민 1세들, 혹은 1.5세들이 생각하듯이 미국에 살지만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생각을 바꾸고 미국사회에 참여하고 동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들은 한국식 혹은 한국식 정서가 미국사회의 기대와 동화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떠나온 모국 한국을 위해서라도 미국사회에 깊이 동참하면 모국을 도울 수 있는 길도 많아질 것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한인사회 단체와 미국 정부 사이에 긴밀한 접촉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더 큰 메시지는 우리는 이러한 미국 주류 사회와의 교류를 평소에도 지속하여 적극 협조하고 동참하는 기회를 넓혀가야 하며 한인들의 권익과 장래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오인환 <한국 대학동창회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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