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에 있어서 아시아는 가장 먼 거리에 놓인 대륙이다. 중동은 유럽의 이웃이고 또한 유럽이 중동을 지나 페르시아만을 지나면 곧바로 파키스탄과 인도 대륙이 나타난다. 유럽이 아시아를 가려면 중동, 인도를 지나 인도네시아 싱카포르 등을 지나야 비로소 중국에 이를 수 있고 또 한참 후에야 한국 그리고 일본에 이른다. 즉 유럽에게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인 셈이다.
바로 그 유럽으로부터 아시아에 이르는 머나먼 거리 덕분에 우리는 유럽의 식민지를 면할 수 있었다. 유럽의 각국들이 아프리카, 중동, 인도, 파키스탄, 아메리카, 인도네시아 등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을 약탈할 때도 그들은 감히 한국까지 손을 뻗히진 못했다. 과거 유럽의 식민지 나라들이 거의 대부분 지금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면 우리가 현재의 발전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그 바탕은 유럽의 식민지를 면했다는 점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 반세기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했으나 우리나라는 다행히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일본에 비해 정신적, 문화적 우위를 유지해온 탓에 우리는 일본으로 부터의 정신적, 문화적 식민지를 면할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이 물질적으로 앞섰다고는 하나 정신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여전히 그들을 무식한 섬나라의 왜적으로 여겨 왔다.
과거 유럽의 식민지 나라 중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전통종교를 상실했다. 그리고 종교적 갈등으로 지금도 내분에 휩싸인 나라들이 적지 않다. 또한 과거 유럽의 식민지 나라들이 자신들의 말을 버리고 영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바꾼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통종교와 새로운 종교의 갈등이 거의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우리의 고유 말과 문자를 잃지 않고 우리의 정신적 자주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과거 유럽 식민지 나라들이 거의 뿌리째 정신적 물질적 자산을 유럽 제국주의에 빼앗긴 탓에 2차대전 후의 새로운 세계 질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였다.
2차대전 후 미국의 패권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미국 경제에 예속되어 지금도 경제적 후진국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들이 바로 미국의 앞마당에 위치한 탓이 크다고 본다. 석유자원으로만 따진다면 세계에서 제일 부자여야 맞을 중동의 나라들이 지금처럼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는 이유 역시 유럽과 미국의 거대 자본들 탓이라고 생각된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과 지구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탓에 미국의 집안 경제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에게 가까운 일본에게는 2차대전 후 적대국에 준하는 대우를 하여 그들의 말과 글 또는 상품들이 한반도에 못 들어오도록 철저히 막아 일본으로부터의 경제적, 정신적 예속을 막았다.
문화적 자주, 경제적 자주, 정치적 자주는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다행히 유럽으로부터 가장 먼 나라, 또한 미국으로부터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서로의 거리가 가장 먼 나라의 하나인 탓에 그들의 예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리 비행기, 통신이 빠르다 해도 우리에게 여전히 태평양은 머나먼 거리다.
FTA가 온다고 해도 너무 미국을 두려워만 할 필요가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윤진영/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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