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을 하고 산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생각까지도 말을 빌려 한다고 한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말을 하는 것이다. 물건 살 때도, 교육도, 일부가 좋아하는 정치도 다 말로 한다. 그래서 말 자체에 보이지 않는 매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학교는 말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이고, 수많은 음식점도, 커피 하우스도 역시 만나면 말, 다시 말하면 대화를 갖게 되는 곳이다. 가정주부들이 모이면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을 맺는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 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 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방식에 있다.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미개한 국가가 아니고는 사회적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진부한 어구, 모호한 수식어, 한 줄의 글을 구성할 수 없는 지도자. 그렇지 않으면 수도에서 물이 쏟아지듯이 많이 연달아 나오지마는 그 내용이야말로 수돗물 같이 무미건조할 때 정말 정나미가 떨어진다.
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 하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 계승된 것이다. 덕행에 있어서는 딴 사람들도 그들만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과 같이 말을 할 줄 몰라서 역사에 자취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위인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그만큼 매력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침묵은 말의 준비 기간이고, 쉬는 막간이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체면을 유지 하는 기간이기도 한 것이다.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게 아니고,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말이다. 말은 은 같이 명료할 수도 있고 알미늄 같이 가벼울 수도 있다. 침묵은 금 같이 빛이 날수도, 참을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또는 납 같이 무겁고 구리 같이 둔탁할 수도 있다. 여러분 모두가 알고 있듯이,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은 말로 이루어지고 말로 깨졌다.
나는 물론 진실되게 말 하는 것을 좋아하지 거짓되게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약간 하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정직을 위한 정직은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허지만 그 상황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국이나 미국 이곳에서는 이런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라 하고, 죄 있는 거짓말은 까만 거짓말이라 한다. 한국 경우는 새빨간 거짓말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거짓말은 아마도 색이 영롱한 무지개빛 거짓말일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히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흥미있고, 재미가 솔솔 붙는 일이다. 이해 관계없이 남의 험담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재미도 없이 어떻게 각박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인가.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끊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말 그 자체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고 전해오는 한국말이 있듯이, 말 할 때는 언제나 미리 생각한 후에 해야만 일이 잘 풀려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홍병찬 <워싱턴 문인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