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이민 와서 사는 교민들의 대다수는 자기가 이민 올 때의 정서를 유지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낀다. 그래서 고국에 가보면 처음에는 말, 단어, 어휘까지도 잠깐은 혼동을 느낀다.
내가 아는 지인은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미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아들 3형제를 두었는데 아들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주어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삶을 살았으며 고등학생 때까지는 조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고 한다. 어느 날 큰 아들이 백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인사 소개를 하면서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 단호하게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너무도 사랑하기에 자기들끼리 간단하게 결혼을 하고 멀리 떠나 살면서 연락도 없이 지내는데 둘째 아들은 한인 여자친구를 사귀어 결혼을 했다고 한다. 정서가 같다보니 시부모와 대화도 잘되고 기쁜데 큰아들이 연락이 없어 항시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기의 사고를 후회와 함께 생각을 바꾸기로 다짐하는데 막내 셋째 아들이 백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네가 좋아하면 이의가 없다면서 진정으로 결혼을 축하해주었다고 한다. 두 아들 내외가 주말이나 공휴일에 인사차 자주 찾아와 주는데 한인 며느리는 정서가 같아서 대화를 하는데 즐거워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백인 며느리는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면서도 정서가 서로 달라 대화가 그리 깊지 않지만 범사에 감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고맙다고 한다.
그들이 각각 낳은 손녀딸 옷을 사주어도 백인 며느리는 비싸지 않은 옷인데도 너무도 감사해 하며 다음에 올 때는 꼭 그 옷을 입혀서 데리고 온다고 한다. 한인 며느리는 손녀딸 옷을 사주어도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곁눈으로 메이커를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섭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충고를 한다. 당신도 아들이 둘이면 노년에 마음고생을 원치 않으면 아들들이 어느 나라 여성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로 사랑한다면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축하해주라고 말하면서 자기의 큰아들과 끊겨진 천륜의 아픔을 쓴 웃음으로 대신한다.
나 또한 유교의 충효 사상에 익숙한 세대로서 단일 민족의 우월감과 자존을 특권처럼 의식하면서 살던 젊은 시절에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을 읽고 여 주인공의 사랑을 불륜으로 재단하며 증오심에 며칠 밤을 지새며 번민하던 때도 있었다. 와중에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이 한말,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자연스럽고 보편화 될 때 미국이 천국이 된다고. 당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이민 와 살면서 이곳의 환경과 정서를 접하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를 느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 나라는 이민의 합중국으로서 각각의 족속마다 단일 민족의 정서와 혈통 혼인만을 주창할 때 미국의 먼 훗날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지만 상상은 혼란스럽다.
이 곳에서 태어나 성장한 두 아들을 키우면서 그들의 사고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결혼은 그들의 권리이자 선택으로 생각하면서…. 두 아들의 성공으로 대리만족을 하기보다는 그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여생을 그 동안 두 아들 뒷바라지와 일만 죽도록 하다가 정작 부인에게 소홀했던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픈 데 받는 사랑에 익숙지 않아 어색해한다. 생각 같아서는 새빨간 드레스를 입히고 새빨간 스포츠카를 사고 빨간 와이셔츠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미 대륙을 행단하면서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풍기는 사랑의 냄새를 음미하고 싶은데 두 아들 어머니의 모성애, 연애시절의 감정은 재생 불능인가 아니면 내가 부질없는 생각인가. 생각을 바꾸면 사고도 바뀔 텐데.
이동희 <베데스다,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