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에 묶인 국부(國父)의 흉상(胸像)이 서울 남산공원의 여기저기를 x처럼 끌려 다녔고 인천 자유공원 안에 당당하게 서있던 대한민국 자유수호의 은인 동상도 하마터면 같은 꼴 날 뻔했던 일은 대사님께서도 잘 아시는 사건입니다. 정치문제로, 때로는 이념문제로 온갖 수난을 당하더니 이번에는 종교문제로 불상이 훼손되고 단군상이 두 동강 난 사건소식도 물론 들으셨을 거구요.
알기로는 동상 건립의 불씨를 지핀 곳은 대한민국 대사관이라 들었습니다. 총영사를 시켜 “서재필을 세우겠다” 하시니까 “왜 서재필 인가? 이승만이지” 누군가 맞불을 놓는 바람에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듯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목적은 하나, 동상의 인물을 통하여 한국 역사 알리기와 우리 2세들에게 얼 심어주기라는 것을…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시선을 끌어 모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인가? 혹시라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불량품 하나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동상에 자잘하게 새겨질 글씨는 누가 제대로 읽어주기나 할 거며 또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에 세워지는 바람에 무관심이나 관리소홀로 점점 빛바랜 흉상(凶相)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는지 등입니다만, 서두에서 이미 열거된 동상에 대한 우리네의 인식수준으로 보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부정적 진단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진단이 맞아떨어질 경우 “조상을 욕되게 하는 몹쓸 한국인들” 이라는 비난의 역풍을 맞을텐데, 이거야말로 우리가 만든 동상에 우리발등 찍히는 아이러니가 아닌가요?
차라리 미국 꼬마들이 하나, 둘, 질러대는 한국어 구령소리의 효과나 미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LG, 삼성 휴대폰 한 개의 효과도 솔직히 동상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보다는 일을 남기라” 했습니다. 많은 돈 들여서 쇳덩어리 하나 남기느니 서재필이든 이승만이든 이분들의 행적을 미국인들 정신 속에 무형의 동상으로 심어주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이를테면 후손인 우리 각자가 살아있는 동상 역할을 해낼 수만 있다면 뭣 때문에 애물단지 하나 세워놓고 곤욕을 자처한단 말입니까?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은 법, 우리는 옳지 못하면서 조상은 훌륭했노라 며 수백 수천 개의 동상을 미 전역 구석구석에 꽂아놓고 자랑한들 누가 그런 모순되는 말을 믿어줄 거며 못 믿을 사람들이 만들어 세운 동상을 누가 쳐다보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
부모 망신 자식이 시킨다 했습니다. 우리가 맑아야하고 잘 해야만 합니다. 그 자체가 내 조국 내 조상 선전인데 그 효과가 쇳덩어리 하나만도 못하겠습니까? 그 막대한 경비가 국민의 혈세요 우리 주머니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 돈이 꼭 필요한 영세단체들이 많은데, 물론 이름 석 자가 남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은 벙어리 동상 하나 보다는 더 가치 있는 흔적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대사님, 그동안 애 많이 쓰셨기에 더 미안합니다만 ‘왜 꼭 동상인가?’를 재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차제에 동상은 비 성서적이라고 믿는(타 종파는 몰라도) 기독교인들이 거의 전부라는 사실도 귀띔해드립니다.
한성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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