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이 엄숙하게만 지났다. 환의와 박수는 잠잠했다. 한인들 얼굴도 숙연했다. 버지니아 텍의 조승희 총기난사사건 뒤의 후유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범인 조 씨 가족만은 졸업 기념반지나 학위 수여가 되지 않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지난달 희생된 학생과 교수들은 졸업생들과 온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항상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언론들도 “기쁘면서도 슬픈 날이 아닐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한인청년들의 난감한 심정에 불미스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미국 내의 한국 유학생 수가 세계 제1위로 8만7,000여 명인데도 수치스런 사고가 보도되었다. 명문 듀크 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인과 다른 아시안 유학생 9명이 시험부정으로 퇴학을 당했고, 스탠포드 대에서 한인 여성이 재학생인양 버젓이 속이고 기숙사에 살면서 ROTC 강의와 필수과목을 듣다가 무려 8개월 만에 들통이 났다. 부모들의 억압과 과잉기대 때문에 저질렀다고 한다.
형설의 공은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목적을 향한 마음뿐이다. 놀고 싶어도 참았고 먹고 싶은 것도 뒤로 미루며 밤늦도록 읽고 쓰는 숙제와 복습, 예습에 전념한 결과들인 것이다. 이렇게 쌓아올린 학업성취와 공로가 인정받아 마침내 학문적 최고 영예를 축하 받는 것이다.
캠퍼스에도 유혹은 많다. 새로운 유행, 인터넷 상술과 게임, 좋은 차와 춤, 음악, 마약과 도박, 그리고 흔한 맥주 파티 등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도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다. 부모들의 강요는 청년의 의지를 꺾어 놓기도 한다. 사랑은 ‘풀어주는 것’이라면서도 말이다. 학교에서는 한인 학생 중에 ‘우등생은 있어도 모범생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인 청년들 고백은 과잉보호 부모들로 정신 건강을 망치고, 자녀들을 시한폭탄 같은 테러 괴물로 키운다는 탄식이다. 청년의 일들을 부모가 챙겨줄 것이라는 의뢰심이 왕자병, 공주병으로 깊어지고 있다. 독립성의 부족은 ‘마마 보이’나 ‘마마 걸’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부족한 자기중심적인 인간으로 왕따를 자초한다.
졸업시즌에 한인 청년들의 우수성을 빛낸 자랑스러운 일들도 많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투지가 대견하다. 뉴욕에 유학 온 장영웅 청년은 만화영화 ‘미라지’(Mirage)로 130여 편의 응모작을 제치고 ‘학생 아카데미 상’ 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미라지’는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로봇을 주인공으로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한인 피아니스트 3명이 퀸 엘리자베스 콩쿨 결선에 진출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 대회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쿨 중 하나로 꼽힌다. 또 훼어팩스 거주 한인학생이 웃슨 고교 총학생회장, 부회장에 나란히 당선돼 동포사회와 이웃의 자랑이 되고 있다. 우리 아메리카 은행은 워싱턴 일원에서 총 12만 달러를 지급하는 7명의 한인장학생을 선발했다.
전국 지리경시대회에서 500여만 명을 제치고 챔피언이 된 케이트핀 스네링 양은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고 “다른 젊은이도 나를 보고 야망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본대회 연설 중에 청년들의 야망에 대해 다음의 7가지 교훈을 역설했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라 ▲대담한 경쟁력만 발휘하라 ▲꿈은 클수록 좋다 ▲인내하면 때가 온다 ▲직업이나 결혼은 의논이 있어야 한다 ▲도전은 산 사람만의 몫이다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가져야 한다.
청년들의 성공은 자유로운 판단과 독자적인 신념에 달렸다. 인격을 믿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청년은 나라의 기둥이며 그들의 야망은 내일의 등불이 되는 것이다. 주눅 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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