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살던 고향에서 서울에 가는 것은 평생에 한 번도 안 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언저리에서 평생을 보냈다. 부모, 그리고 친척들 모두 십리 안팎의 거리에서 시집 장가가고 살아갔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은 어느 집 아들 누구 하면 거의 모르는 이 없이 다들 아는 사람들이었다.
옛날에 고향에서 서울까지는 기차밖에 교통수단이 없었고 서민들이 타는 보통 열차는 대개 밤샘을 하며 달려야 서울에 도착한다. 고향의 시골에서 광주까지 몇 시간, 그리고 다시 광주에서 서울까지 12시간 이상을 타니 고향에서 서울 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셈이다. 옛날 시골에 살던 사람에게는 서울은 ‘다른 나라 사람들’ 또는 ‘출세한 사람들’이 가서 사는 곳이었다. 서울에 올라가 학교를 다닌다거나 취직을 하여 살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했다.
지금은 광주에서 서울은 하루에도 왔다 갔다 하는 거리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광주에서 서울이 아니라 광주에서 미국의 워싱턴 까지도 하루 24시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다. 세상이 좁아진 셈이다. 이제 사람들은 서울로 공부하러 가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것을 더 성공하는 길로 생각한다. 서울에 살러 가는 것보다 미국으로 살러 가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간다. 과거 광주와 서울간의 거리가 이제는 서울과 미국 간의 거리만큼 세상이 좁아진 것이다.
사람만 왕래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돈’ 또는 직장이 이제는 서울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FTA는 그런 변화의 신호탄이다. 실력만 있으면 미국 한국 구분 없이 취직을 할 수 있다. 이제 영어 한국어 두 가지를 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 구태여 한국과 미국에 사는 것의 차이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엊저녁 한국 TV프로나 신문정도는 다음날 아침이면 미국에서 볼 수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원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그날 방송이나 신문을 한국에서 보는 것이나 똑 같이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장을 한국과 미국 동시에 근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앉아서도 미국에 앉아서 근무를 하는 것이나 똑같이 근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는 것만큼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 살아야만 한국 사람이라든가 또는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답게만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국한해서만 자신의 영역을 정할 때 한국인들은 낙오자가 될 것이다. 과거 서울에서 성공한 사람은 서울에서도 성공할 수 있고 고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에서 성공한 사람은 서울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삶의 성공을 위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국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국제적인 성공을 이루기가 어렵다.
모두들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것처럼 이제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미국으로 점점 더 나은 직장과 삶의 성공을 위해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타국의 삶이 고국에서의 삶과 큰 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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