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괜찮으세요? 무슨 해코지라도 당하신 건 아닌지…” 멀리 뉴폿뉴스에서 의동생인 노병일 집사(전 FIFA 심판)와 처남뻘 되는 정일해 선생(전 페닌슐라 축구회 이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연달아 걸려온 걸 보면 한국일보가 그곳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볼티모어의 동료축구인들한테서도 비슷한 인사를 받았는데 역시 한국일보를 읽고 알았단다.
자고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정적(政敵)들이 죽어나갔던 조선 때에 생겨난 인사가 “밤새 안녕” 이라더니 지금 내 신세가 그 짝인가? 필자를 만나는 사람들 요즈음 인사가 “괜찮아?” 하는걸 보면 내 신변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 같다.
교회가 크게 요동치면서 성도들의 신앙심마저 연쇄적 위기를 맞고 있는데 대한 일부 몰지각한 목사들의 우선 책임론을 문제 삼은 거며, 근자에는 역류적인 한인사회의 핫 이슈 까지도 심도 있게 지적한 몇 편의 칼럼 내용이 원인이다. 참으로 무섭고 암담한 세상이다. 바른 소리 좀 했다하면 금방 “무사하냐?”는 식의 안부인사가 필수적인 사회라면 정의가 죽어 장사된 지 이미 오래됐다는 절망적인 의미가 아닌가?
“이봐요, 원로목사면 어른답게 처신해, 당신이 뭔데 목사들 하는 일에 감 놔라 배 놔라야!” 숫제 반말이다. 끝까지 신분을 감추는걸 보면 캥기는 게 많은 것도 같고…. 이 정도는 약과다. “x 같은 꼴 다 봐. 네가 뭘 안다고 나를 망신시켜, 이 xx 놈아.” 다짜고짜 욕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욕으로 더러운 문장을 엮어낸다. 심지어 남녀의 은밀한 성(性)적 부분까지 여과 없이 빗대며 죽일 놈 살릴 놈. 욕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 줄은… 가히 욕의 달인이 아닌가. 어디서 욕 대회라도 열린다면 단연 우승감이다. 어쨌거나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무지막지한 욕지거리(녹음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못 믿을)에 우리 부부는 벌써 죽은 목숨이다.
그 이유는 욕은 미움에서 사주된 거고 미움의 본질은 살인이라고 일찍이 성인께서 정의해놓으셨으니 이거야말로 언어폭력이 아니라 언어 살인이 아닌가. 이런 걸 법률용어로 ‘예비적 살인의도 혐의’ 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고소가 가능하다는 누구의 말 얼핏 들은 기억인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혹시라도 주위(가족들이나 제자들)에서 “저런 인간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나면 그걸 제지하고 나설 힘이 내게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 비록 장수는 못했어도 구차히 남은 목숨 붙들고 바둥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또한 나를 데려가시려는 그분의 한 방법(?)일 거라는 믿음에서다. 너무 큰 축복이 아닌가.
내게는 일찍이 어머니께서 유아세례식 때 들어주신 아직도 유효한 생명보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만 불짜리 세상보험과는 다른 뜻이다. 그러니 가난한 남편의 장례비 때문에 머리카락이라도 잘라야하는 아내의 애처로움이 어찌 마음에 걸리지 않겠는가. 이런 땐 바른 소리 한 마디로 현상금만 계속 올라가고 있는 영국의 작가 살만루시디가 부럽다. 하여튼 포악한 욕설이나 살인적인 협박, 차라리 내게는 복음이요 기회다. 잘만하면 순교의 반열 저 끝자락에서나마 나를 부르시는 그분의 손짓을 볼 수 있게 됐으니 아, 내영혼의 깊은 곳을 흐르는 감사의 눈물, 기도로 승화시켜 보리라. “예루살렘 금성아 복 가득하도다 내 너를 생각할 때 마음이 기쁘다 예수여 비옵나니 큰 은혜 베푸사 영원한 나의 본향 이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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