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총장은 교수 중의 교수요 학자 중의 학자다. 그런 대한민국 대학의 총장들이 대통령과의 토론회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총장들이 대통령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신문들은 보도한다. 알기로는 그 모임이 토론을 하자고,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자는 모임이었다고 들었다. 대통령만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총장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을 자유가 주어진 자리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왜 총장들은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는가?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모임에서 왜 속 시원히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지 못했단 말인가? 그랬더라면 그 기회를 통해 대통령의 의견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대통령에게 얻어맞은 총장들이 불쌍하여 언론들은 총장들을 대신하여 대통령을 욕하고 나무라고 야단법석이었다. 무식한 대통령이 지성 중의 지성인 전국 대학의 총장 들을 모아다가 말도 안 되는 훈시를 하였다는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언론의 기자들보다 못하여 기자들이 대신 싸워주는가? 대학 총장들이 선생님의 훈화를 듣는 초등학생들이었단 말인가? 박정희 시대처럼 대통령 앞에서 말 한마디 함부로 놀렸다가 경호실장에게 끌려가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일이 혹 생길까봐 두려워 말을 못했단 말인가? 과거 박정희 시절 데모 한번 못해본 점잖은 학자들이라서 지금의 대통령이 박정희 시절처럼 임금님으로 보였던 탓인가. 박정희 시절 각인된 ‘대통령 공포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던 탓인가.
그렇게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당하기만 한 총장들이 모임이 끝난 후 3일 만에 성명을 발표하여 교육부와 대통령의 의견에 반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을 비롯한 사립대 총장들이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식이었다. 대통령 얘기의 옳고 그름은 둘째로 치고 총장들의 의견표시 방식이 참으로 유치하기 그지없다.
손병두 총장은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대통령과의 모임에 참석조차 않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뒤에서 총장들을 다시 모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듯 회견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그래도 전경련 부회장까지 했던 경력대로 어느 정도 자기표현의 강단이 있었던 모양이나 나머지 총장들은 다 무엇인가? 남이 이러자고 하면 이러고 저러자고 하면 저러는 줏대 없는 대학 총장들이란 말인가?
교육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어느 한 가지 방식이 다른 방식에 비해 100 % 더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교육 정책에 대한 경험이다. 특히 대학 입시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거의 50 % 이상 결정되는 개인에게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대학 입시에 대하여 시험 날짜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와 대학들이 의견을 일치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꼴이다. 한심스러운 교육부이며 한심스러운 대학 들이다. 올해의 입시 방안에 대해서는 적어도 5년 전에는 결정이 나왔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수험생들은 적어도 5년 전부터 새로운 입시 제도에 따라 흔들림 없이 준비를 했어야 하지 않는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대학 입시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토론을 하는 자체가 모순이며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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