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쩐의 전쟁’, 36.3%로 종영
금기 소재 사채업 다루며 사회적 반향 불러일으켜
결국 ‘쩐의 전쟁’에는 승자가 없었다. 모두가 돈을 쫓아 달렸지만 누구도 돈의 주인은 되지 못했다. 참혹했던 전쟁은 ‘쩐’의 비정함만을 남겼다.
화제의 드라마 SBS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36.3%(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5일 막을 내렸다.
5월16일 선보인 16부작 ‘쩐의 전쟁’은 평균 30.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강력한’ 인기를 끌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6회 만에 30%마저 넘어서며 짧은 기간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것.
박인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쩐의 전쟁’은 국내 TV 드라마에서 금기시돼온 소재 중 하나인 사채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아버지의 사채 빚을 떠안으며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엘리트 펀드 매니저가 돈으로 세상에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채시장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러나 엄연히 불법인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사채업을 드라마가 ‘미화’하는 데는 처음부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기획단계에서의 드라마는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가 과정은 어떠하든 합법적인 대부업체를 인수하면서 마무리하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5일 마지막회에서 금나라는 연인 서주희(박진희)와의 결혼식장에서 마동포(이원종)가 휘두른 지팡이에 맞아 쓰러졌다. 드라마는 쓰러진 금나라의 모습을 잡으며 막을 내렸다.
제작진은 금나라의 생사 여부는 시청자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를 금나라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
소재가 어떻든 경쾌한 16부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로 막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SBS로서는 불법 사채업자가 해피엔딩을 맞게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을 터. 그 때문에 주인공을 확실하게 죽음으로까지 내몰지는 않아도 그에 준하는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지었다.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금나라의 생각이 가상하긴 하지만 그 역시 ‘쩐의 주인’은 되지 못했다.
‘쩐의 전쟁’은 불법 사채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첫 회부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대부업 광고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도마에 올랐고, 매스컴은 때맞춰 불법 사채시장의 폐해를 앞다퉈 보도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쩐의 전쟁’이 서민에게 사채 이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하며 방송 내용과 현실을 비교하는 각종 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으로 ‘쩐의 전쟁’의 시청률이 40% 선도 위협할 것이라는 기대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날 방송 내용을 그날까지 찍어 내보내야 하는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은 드라마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렸고 원작 만화에는 없던 멜로 라인이 강조되면서 드라마는 방향성을 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박신양의 몸을 던진 호연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후반부에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마지막회가 방송된 후 ‘쩐의 전쟁’ 시청자 게시판에는 ‘엉성하다’ ‘용두사미다’ ‘허무하다’는 등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금나라의 비극적 상황 이전에 그동안 벌여놓았던 이야기들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끝내는 듯한 인상이 강했기 때문. 이에 대해서는 제작진 스스로도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이 너무 부족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비록 초반의 극적 긴장감과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최근 보기 드물게 높은 인기를 끌었던 ‘쩐의 전쟁’은 11일부터 국내 드라마 최초로 4부작 번외전을 방송할 예정이다. 이 역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제작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또다시 관심을 끌 전망이다.
한편 5일 MBC ‘메리대구 공방전’은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조용히 막을 내렸고, KBS2 ‘경성 스캔들’은 6.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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