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 우리는 지금 전에 없던 새로운 다이맨션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면한 그 새로운 면이란 무엇인가. 말씀드리기 전에 해부학자 마냥 뜯어 보자.
올해 워싱턴에서 벌어진 두 사건이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을 강타했다. 바로 조승희와 바지소송 사건이다. 하나는 무고한 인명을 해친 가해자로서, 또 하나는 힘겨운 민사소송 사건의 피해자로서 미디어를 탔는데 공통점은 둘 다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이란 사실이다. 한국이나 한국인으로 세계적 뉴스거리가 된 예는 한국전 이후 줄곧 군사 쿠데타, 민주항쟁 등 정치 이슈나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행사, 또는 백화점이나 강다리가 내려앉는 대형사고가 주였다. 그러나 조승희 사건은 학교 내의 병폐, 총기 소지 문제, 그리고 정신질환 문제 등 현재 미국이 앓고 있는 사회 전반적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바지소송 사건 역시 이민 생활의 역경, 소규모 사업의 어려움, 미국 소송 만연주의, 다문화, 다인종 사회 문제를 여과 없이 보여준 케이스라 하겠다.
이 사건들은 미주 한인 이슈가 아닌 미국의 이슈이며, 우리의 커뮤니티 인식이 바야흐로 급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끼리끼리 문화와 생활 영역에 안주하며 살다, 자고 일어나니 좋든 싫든 유명해진 우리를 발견하고 말았다. 미국 사회에 살아오면서도 또 다른 한인 사회라는 틀에 매어 있었기에 무엇인가 망각하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사회, 즉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미국 사회는 한가지의 목적(Purpose)과 한가지의 이상(Idea)을 구심점으로 하고 있다. 목적이란 공동단합(To form the perfect union)을 말하며, 이상이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믿는 것이다.(Created Equal) 이것이 가능하기에, 한인으로서 미국으로 이민 올 수 있었으며, 또한 오늘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초기 한인들이 겪었을 ‘평등’이란 어려움보다, 오늘날 우리가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공동단합’이라고 본다. 생각해보자. 지난 주 외신을 장식한 최대 뉴스는 런던에서 있은 지하철, 버스 폭탄 테러 음모였다. 보도에 의하면 체포된 용의자들은 외국에서 침투된 테러리스트들이 아닌, 오랫동안 영국에서 거주해오던 무슬림들이란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의사나 교수 등 고소득층 지식인들이며 자녀들은 동네 학교에 다니는 등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점이 주위 주민들을 경악케하는 점이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비록 그들이 영국에서 소위 엘리트층으로 생활하면서도 속마음은 그들이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이 진정 모든 영국인들을 같이 더불어 사는 이웃 사람들로 여겼다면 그 같은 끔직한 테러 음모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테러가 가능한 것은 인간을 비인간화시킬 때 가능한 것이다. 조승희 사건은 그가 학생이나 교수들을 친구나 스승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리고 바지소송 사건 역시 고소인이 세탁소 주인을 같은 이웃의 편의점, 어러울 때나 급할 때 도와주는 상인으로 여기지 않고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목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커뮤니티 부제 탓이다.
우리가 공동체로 느낄 수 없는 사회에 살 때 우리는 무척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원은 누구인가. 바로 나다. 단합과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 한번 둘러보자. 체전과 한인회, 평통과 한인사회, 차라리 이분법으로 할라치면 나를 집어넣어 보자. 한인 사회와 나, 주류 사회와 나, 교회와 나, 가족과 나 등등, 이렇게 바라보면 그림이 나온다. 그리 잘 그린 그림 같지도 않고, 마음에도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다시 한 번 손을 봐야한다. 나와 내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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