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선배 되는 분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인즉 멕시코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를 TV로 보았는데 마지막 5명의 최후 결선에 미스코리아 이하늬 양도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회자와 마지막 인터뷰의 질문이 수퍼 파워가 들어준다면 무슨 소망을 원하느냐고 했는바, 이 양이 지갑에서 아무리 돈을 끄집어내도 계속 지갑에 돈이 가득 차 있었으면 했다고 합니다. 선배의 생각이 이 양의 답변이 한국의 남북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 굶주림의 해방 등등 좀 지구상의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고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고 대답이 신통치 않아서 아마도 미스 코리아가 5명의 최종 결승자 중 최하위가 된 것 같다고 생각된다는 글이었습니다.
그날 N씨, M씨 두 분과 같이 한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나 개인으로는 그 선배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미스 유니버스 선발이 남북한의 화해, 세계 평화 번영 등등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거나 관심을 끄는 행사도 아니고, 또 어쩌면 만일 심사위원들이 젊은 세대였다면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가식과 위선으로 보여지는 고상한 세계 평화, 번영 운운하는 것은 구역질나는 것이요, 지갑에서 항상 돈이 넘쳐흐르기를 바란다는 천진한 답변이 오히려 솔직하고 어쩌면 참신할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하면서 이하늬 양의 대답에 높은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의견을 개진했었습니다.
그랬더니 M씨는 그러한 나의 생각이 일리는 있으나 지갑에 돈이 넘쳐흐르는 운운 하는 짓은 미스 코리아의 대답으로서는 합격점이 못되는 것 같다 라는 코멘트였고, N씨는 현재 한국의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되니 그 정도의 답변밖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모든 것을 명쾌하게 평한 것이 아닌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7월 2일 한국판 신문을 보았습니다. 50대, 60대의 주역 되시는 한나라당 두 후보의 부동산 투기 어쩌고 하면서 ‘의혹’ 공방이 도를 지나쳐 치사한 짓들을 하는 것 같았고, 하도 많아 몇 명인지 모르는 소위 범여권의 후보자들끼리 서로 비방, 폄하하는 인신공방이 잔뜩 실렸고, 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1년6개월 실형, 대학총장들과 교육 부총리의 대학입시 문제를 둘러싼 대결 등등 보고 싶지 않은 기사들이 실렸는가하면, 기쁜 앞날이 보이는 3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 이야기로 김연아 양, 일본의 아사다 마오 양과 피겨 스케이트 정상 대결, LPGA 톱 텐에 8명 한국 낭자들, 이승엽 100호 홈런, 가수 ‘비’ 장비 설치 불허로 공연 취소 등등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극명한 양극현상을 보면서 ‘수퍼파워가 소원을 들어준다면’ 하는 질문을 50, 60대의 신문의 기사를 장식했던 분들에게 했다면 아마도 정색을 하면서 남북통일, 세계의 평화와 번영 운운했을 것 같고, 새로운 주역인 젊은 세대에게 했다면 한국이 다시 월드컵 4강에 들었으면, 한국 영화계가 헐리우드를 접수했으면, 취직자리가 넘쳐나서 각 회사가 사람을 못 구해서 쩔쩔매는 세상이 됐으면, 아니 아마도 지갑에 돈을 빼도 계속 돈이 가득 차 있었으면 하는 천진난만한 대답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60대의 비록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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