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가 어려운 만큼 끝내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의 막무가내 형사 존 맥클레인이 돌아왔다. 당연히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배역을 맡았다. 12년 만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처럼 변화도 많다.
얼굴 가득 깊이 팬 주름은 열혈 형사 존도 결국 나이를 먹었음을 알린다. <다이하드> 시리즈에 거듭 출연하며 조금씩 적어지던 머리숱은 아예 없어져 버렸다. 그러면 어떤가.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는 그의 액션은 여전하고 게다가 관록까지 덧붙여졌다.
영화 <다이하디4.0>(감독 렌 와이즈먼ㆍ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12년 세월 동안 보강된 할리우드 영화 기술을 앞세워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치 지난 세 편의 <다이하드> 시리즈를 정제하고 압축해 놓은 듯하다.
빌딩의 승강기 케이블에 걸린 자동차 속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액션은 고층빌딩 속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던 <다이하드> 1편을 떠올리게 한다.
공항이 배경이었던 <다이하드2>의 이야기는 자동차로 헬기를 때려잡고 맨손으로 전투기를 물리치는 장면으로 압도한다. 교통시스템이 마비된 터널 안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신은 지하철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 <다이하드3>와 겹쳐진다.
말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의 놀라운 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영화 속 말마따나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인 존 맥클레인이 있기에 가능하다.
존 맥클레인은 7월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컴퓨터 해킹 용의자 매튜 패럴(저스틴 롱)을 FBI본부로 호송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는다. 매튜를 만나러 간 존은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존은 전직 정부요원 토마스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펀트)이 정부의 전산망을 장악해 미국을 손에 넣고 이를 방해할만한 해커를 모두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의 교통 통신 금융은 모두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고 미국사회는 순식간에 공황에 빠진다. 존은 모든 전화와 통신이 도청되는 상황에서 끊임없는 습격을 받으며 토마스에게 조금씩 접근한다. 존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 토마스는 급기야 존의 딸을 납치한다.
<다이하드4.0>은 전작들이 표현하지 못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전산으로 일원화되면서 관리 감독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관리 감독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시스템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전화와 통신은 누군가에 의해 녹취되고 곳곳에 위치한 CCTV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소설가 조지오웰의 공상과학소설 <1984>를 통해 막연하게 그려진 ‘빅브라더’의 모습이 <다이하드4.0>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다. <다이하드4.0>은 특유의 현란함과 빠진 전개로 영화의 무게를 한층 가볍게 한다. 모든 전산 시스템을 완벽하게 주무르는 디지털 시대의 선두 주자격인 테러리스트가 철저하게 아날로그적 형사 존 맥클레인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은 태생적으로 아날로그적 본성을 지닌 인간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다이하드4.0>은 12년 만에 존 맥클레인을 다시 영웅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존은 초인적인 힘도 없고 맞으면 아파하는 인간이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또 다시 해내며 영웅이 된다.
다만 무자비한 테러리스트가 어찌 존 맥클레인 앞에서는 친절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존은 테러리스트가 나타나기만 하면 백발백중의 실력으로 적을 쓰러뜨린다.
하지만 존의 등 뒤에 나타난 테러리스트는 어김없이 “꼼짝마” “총 버려”라는 친절한 멘트를 던지며 반격의 시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어떤가. 결국 존 맥클레인이 승리할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것을 바라지 않는가. 2시간을 조금 넘기는 시간 동안 영화 속에 푹 빠져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싶은 당신이라면 <다이하드4.0>은 그 기대를 100% 충족시켜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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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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